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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은 최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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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은 최음제?

입력
2011.07.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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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난잡한 스캔들에도 천연덕스러운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제외하면, 현대 민주국가에서 가장 성 스캔들이 많았던 정치인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유난한 그의 성 편력은 재클린과 결혼한 이후 상원의원, 대통령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심해졌다. 마릴린 먼로나 제인 맨스필드 같은 유명 여배우와의 관계는 워낙 유명하거니와 비서와 백악관 직원들, 선거 운동원, 매춘부 등 상대를 전혀 가리지 않았다. 폴라 존스, 르윈스키를 포함해 겨우 다섯 번 스캔들로 호되게 당한 클린턴 전대통령이 가히 억울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 주변에 공공연했던 케네디의 엽색 행각은 묘하게도 생전에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거의 문제삼지 않았다. 10년 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뒤 대통령의 자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논의되면서 비로소 "사실 그땐 그랬지"하는 식으로 터져 나왔다. 루즈벨트나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같은 고상한 지도자들의 감춰진 스캔들이 '재발굴'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래도 케네디 향수가 워낙 컸던지, 비판보다는 아버지와 형들에 눌린 성장 과정, 병약한 건강 등을 들어 '어쩔 수 없는 심리적 보상행위'쯤으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많았다.

■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섹스 스캔들이 극적인 반전 국면을 맞고 있다. 피해자인 호텔 여종업원이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상황을 연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이 해제된 뒤 외출하는 스트로스 칸의 표정은 자못 득의 만만해 보이고, 일각에선 애당초 사건을 미국측의 음모론으로 보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강제추행이라는 중범죄 혐의에서만 다소 운신의 여지를 얻었을 뿐이다. 합의에 의한 성행위였다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권력자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 자질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 사건이 불거진 뒤 정치인들의 분방한 성적 행태를 두고 "권력은 최고의 최음제"라는 분석이 회자됐다. 원래 나폴레옹이 한 말을 1970년대 여배우들과의 관계를 해명하던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인용해 유명해졌다. 한 분야에서의 권력을 다른 모든 분야의 힘으로 확대 해석하는 나르시시즘적 착각을 의미하는 말이다. 민주국가에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자질은 대의를 위한 소아적 욕망의 자제 능력이다. 갈수록 정치인에게 엄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네디 때와는 정치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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