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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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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냄새

입력
2011.07.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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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잘 때 꼭 내 팔을 벤다. 보통 밤 11시쯤 불을 끄고 둘이 같이 자리에 누우면 아이는 "엄마, 팔베개!" 한다. "이제 네 살이나 됐으니 엄마 팔 말고 베개를 베고 자야지"타이르고 팔을 슬쩍 빼려 하면 아이는 누운 채로 고개를 들고 바둥거리며 그래도 팔베개를 해달라고 칭얼댄다. 매일 밤 아이는 그렇게 팔을 베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눕는다. 아이와 같이 잠이 들어버리면 팔이 하도 저려 새벽녘에 꼭 한두 번씩 깨게 된다.

지난 일주일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타지에서 가장 그리웠던 건 바로 아이와 함께 잠드는 순간이었다. 팔을 베고 누운 아이를 품에 끌어당겨 자장자장 토닥이다 보면 코 끝으로 아이 냄새가 전해진다. 팔이 허전했던 지난 일주일간 그 냄새가 참 그리웠다.

냄새는 감정을 자극한다. 냄새를 알아채는 후각 인식 과정에 뇌에서 정서와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인 변연계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성에게 끌릴 때 외모나 목소리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냄새도 큰 몫을 할 거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우리 몸에서 냄새를 처음 인식하는 건 코 안쪽 점막에 있는 후각수용체다. 냄새를 내는 화학물질을 이 후각수용체가 감지해 그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사람이 구별하는 냄새는 줄잡아 1만 가지는 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후각수용체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백 개 정도에 불과하다. 도대체 그 많은 화학물질을 턱없이 적은 후각수용체가 무슨 수로 구별할까.

과학자들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후각수용체가 냄새를 내는 화학물질이 갖는 독특한 형태를 감지한다는 이론과 화학물질이 내는 고유한 진동을 감지한다는 이론이다. 지금으로선 형태이론이 좀더 우세한 분위기다. 형태이론을 정립한 미국 컬럼비아대 리처드 액설 교수와 프레드허친슨암센터 린다 벅 박사는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형태이론은 천연 냄새물질에는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형태가 비슷하면 냄새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합성한 냄새물질 중에는 형태가 유사한데도 전혀 다른 향을 내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동이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도 엄마 냄새를 기억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어린이집 소풍 때 김밥을 싸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선 "김밥이 엄마 냄새 같다"고 했다. 소풍날 새벽부터 김밥 싼다고 부산 떠느라 참기름 묻은 손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아이를 깨웠더니 그날 아침 아이의 머릿속에 '참기름 냄새=엄마 냄새'로 기억된 모양이다.

아이와 내가 기억하는 서로의 냄새가 화학물질의 형태일지 진동일지 자못 궁금하다. 냄새를 둘러싸고 앞으로 계속될 생리학과 물리학 간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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