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명동을 찾은 회사원 김모(30ㆍ여)씨. 퍼머(20%)를 하고 점심(10%)과 커피(20%)를 먹은 뒤 영화 관람(1,500원)을 하면서 3장의 신용카드로 모두 할인 혜택을 받았다. 원래 19만600원이 지출돼야 했으나, 카드 덕분에 15만원대(3만5,120원 할인)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김씨는 “위치만 알려주면 가맹점마다 가장 유리한 카드를 추천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고객 때문에 카드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자는 최적의 카드 소비를 하게 됐으나, 카드사로서는 실속만 너무 챙겨 ‘스마트 체리피커’로도 불리는 이런 고객이 늘어날수록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ㆍ체크카드 할인정보를 담은 스마트폰용 앱이 속속 출시되고, 그 인기도 높다. 3,000여개 할인 정보가 담긴 ‘온동네 할인’앱은 출시 반년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정도다. 비슷한 기능을 갖춘 ‘할인의 달인’과 ‘주유할인’앱 등도 인기를 끌고 있는 무료 상품이다. 이들 앱은 공통적으로 위치기반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 주변의 업종별 가맹점과 할인폭, 유의사항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온동네 할인’을 내놓은 타운스퀘어의 박희정 본부장은 “카드사 안내책자를 매번 확인하거나 외울 수 없어 놓치는 혜택이 많았는데, 앱을 통하면 가는 곳마다 즉각 할인되는 카드를 검색하고 쓸 수 있어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10년전에 경험한 ‘체리피커’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은 2000년대 초반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연회비가 무료인데도 강력한 할인 서비스를 갖춘 카드를 남발했는데, 이후 체리피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용 실적은 ‘0’원인데, 놀이동산 무료 입장과 음식점 할인 등 할인 서비스는 모조리 챙기는 회원이 급증하면서 영업적자가 급증했던 것.
업계 관계자는 “2002년 카드대란 이후 ▦연회비 기반의 할인혜택 ▦전월 실적 의무화 등을 도입해 무임승차 회원을 걸러냈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 등장으로 까다로운 조건들이 무용지물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고객이 가맹점에서 할인을 받으면 카드사들은 가맹점에 이 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불해줘야 한다”며 “고객이 할인을 많이 받을 수록 카드사의 영업수지는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