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격한 언쟁을 벌였다. 그 뒤 후속 토론 없이 그냥 지나가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지난달 말 일본 방문 때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밝힌 데 대해 정 최고위원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원칙이 없었다는 얘기냐"고 반박하면서 불거진 논쟁이다. 손 대표가 '종북 진보'라는 용어까지 쓰고 정 최고위원이 사과를 요구할 정도로 난타전이 벌어진 것에 비춰 결말은 시시하게 보인다.
회의 후 이용섭 대변인은"손 대표의 '원칙'발언은 햇볕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뜻"이라고 해명했고, 당내에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4ㆍ27 재보선 승리 이후 당이 잘 나가고 있는데 내부 싸움은 자제하자는 당내 여론, 또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약한 고리인 정체성을 끊임없이 공략하고 있다는 권력투쟁 차원의 분석이 퍼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은 대북정책을 보다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사실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는 표현은 대상에 대한 부정은 아니더라도 다소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당 대표가 말문을 뗐고, 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 공개적 논전이 벌어졌는데도 부자 몸 조심하듯 없던 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포용정책을 한 자, 한 획도 수정하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북핵이나 북한 인권문제를 고려한 조정이 필요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칫 정체성 논쟁이 벌어져 유력 대선후보인 손 대표가 상처를 입고 당내 분열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자세야말로 정당의 건강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민주당은 틈만 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미지 정치만 한다고 비난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자신들은 예민한 문제를 비켜가려 한다면, 어부지리만 노리는 비겁한 행태로 비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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