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비웃듯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확인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 6개월 연속 4% 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총력전이 가동된 상황에서 5월보다도 0.2% 오른 것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최근 물가 움직임에서 심상찮은 것은 근원물가의 상승세다. 6월 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7% 올라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황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농산물(곡물 제외)이나, 대외 요인이 좌우하는 석유류를 제외하고 따지는 근원물가 상승은 보통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오르는 '디맨드풀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총수요 억제책, 즉 추가 금리인상론이 비등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와 근원물가 상승세에 따른 금리인상론이 한국은행에 압력으로 작용하는 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상황이 '경기활황-소득증가-수요확대'라는 전형적인 디맨드풀 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달러 약세와 맞물린 국제 원자재(곡물 포함)와 유가 상승이라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적으로는 장기 저금리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수요와 관계없이 유통과정에서 공급자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려 발생하는 '편승적 물가상승'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시장에서 원화 강세를 용인(환율 하락)함으로써 수입 원자재와 석유류의 국내 유통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기대 인플레이션에 다름 아닌 편승적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정부의 유통 관리와 돼지고기 등 특정품목의 가격관리를 먼저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명목금리의 인상 필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가계부채와 서민 가계의 형편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인상은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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