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고 출발했던 역사상 가장 친기업적이라는 MB정부와 집권여당이 재벌들의 각종 탐욕스러운 행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벌견제를 넘어 비판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담합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동반성장위원회가 초과이익공유제를 넘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 및 발표를 예정하고 있고, 국회는 대기업 총수를 비롯하여 전경련 회장 등에게 국회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도마에 오른 재벌
정부 여당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재벌에 대한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국민들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으로 재벌기업들의 수출증진에 혼신을 다해 지원했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고물가와 청년실업과 가계부채라는 빚더미뿐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벌총수들을 독려하여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적극 협조를 부탁했지만 결과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나아가 재벌 지배주주 일가 191명의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인 소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부의 증식 규모가 거의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3월 개정된 상법에 의하면 불법거래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2006년 500개였던 30대 재벌그룹들의 계열사 숫자가 올해 1,087개로 늘어나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보면 이미 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의 경제력 집중 위험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늘어난 이들 계열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오직 대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는 생명과학 등의 첨단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고유영역인 빵, 떡볶이, 두부, 문방구 등의 업종에 진입, 이미 재벌들이 장악한 거대유통망을 이용하여 시장을 지배했다. 그 결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죽어가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국민들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목도하고 있다.
재벌에게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자유방임이고 승자독식이며 정글식 자본주의가 한국경제의 올바른 길이라고 답할 것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창시자이며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 조차도 자신의 묘비에 본인을 국부론의 저자가 아니고 도덕감성론의 저자로 적어달라고 할 정도로 스미스의 국부론 철학 속에 '공감'과 '공평한 관전자'가 핵심인 도덕적 감성이 녹아 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의 재벌옹호자들에게는 국부론조차도 곡해되고 있다.
기업수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다 죽고 그 근로자들조차도 모두 거리로 내몰린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붕괴되고 사회불안이 치솟아 중남미보다도 더 위험한 사회로 전락할지 모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복돼야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전세계 석학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새로운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주창한 포용적 자본주의나 사랑 받는 기업의 저자 시소디아 교수의 깨어있는 자본주의 등은 모두 이기심과 탐욕으로 점철된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을 버리고 다함께 잘사는 공동체적 자본주의를 통해서 개별국가는 물론 지구촌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철씨와 정주영씨로 상징되는 한국재벌의 창업 1세대들은 모두 사업보국이라는 일념하에, 어떠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업과 국가공동체가 하나라는 철학으로, 사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들을 육성하여 오늘날 세계적 대기업의 초석이 되게 하였다. 창업세대처럼 오늘날의 재벌후손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비용이 아니고 투자라는 확실한 철학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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