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이 시험일 이틀을 남겨두고 확신에 찬 자신감을 드러냈다. 불과 전날까지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결전을 준비하겠다'던 평창이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하도봉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시내 유치위 본부숙소인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브리핑을 갖고 "더반에 이기기 위해서 왔다. 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 본적이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뮌헨과 안시 등 경쟁도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 동안 조심스럽게 유치활동을 펴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와 관련 유치위 안팎에서는 평창이 뮌헨을 따돌리고 승세를 굳혔다는 자체 판단이 섰기 때문에 하 총장이 작심하고 언론에 자신감을 피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 총장은 이어 평창이 최후의 승부카드로 삼고 있는 프레젠테이션(PT)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수 차례 PT를 진행해 왔다.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AP, 로이터, AFP 등 외신과 어라운드 더 링스, 인사이드 더 게임스 등 올림픽 전문매체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평창은 동계올림픽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 왔고 우리는 IOC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IOC가 공정한 평가를 해 준다면 평창이 선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불안한 남북관계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88 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 등 큰 스포츠 행사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며 "평창 유치가 결정되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평창 유치위와 함께 고위 전략회의를 열고 PT 최종 리허설에 대해 세부점검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오후 4시부터 세계적인 스포츠전문 컨설턴트 테렌스 번즈(53ㆍ미국)와 1대1로 최종 리허설 연습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명의 PT주자들은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리허설을 마친데 이어 오후 2시부터 다시 최종 리허설을 실시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평창 공식 대표단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IOC 총회장에 5분 이내에 입장 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전 그대로 PT를 재연했다"고 말했다.
베일에 싸였던 PT 주제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은 "동계올림픽의 꿈과 비전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요 콘셉트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연아는 이날 남아공 현지 석간신문인 더 데일리 뉴스에 기고문을 실어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 당위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연아의 기고문은 9면 4단 크기의 톱뉴스로 자신의 경기장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게재됐다. 김연아는 기고문을 통해"나는 또 다른 올림픽을 꿈꾸고 있다. 평창동계 올림픽이 바로 그것이다"라며 "내가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통해 피겨스타의 꿈을 키웠듯이 미래의 꿈나무들도 평창을 통해 같은 꿈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특히 강원도가 동계스포츠 불모지 국가의 청소년을 초청해 빙상, 스키등을 체험케 하는 '드림 프로그램'을 8년간 지속해왔다며 아프리카 12개국도 평창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뮌헨도 이날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 유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계올림픽 유치 당위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남아공 최대 일간지 머큐리지 기자가 "평창은 경기장간 이동거리가 최대 30분이내 인데 반해 뮌헨은 60분 이상 걸린다. 선수입장에서 보면 평창이 유리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밴쿠버도 거의 1시간 이상 소요됐는데 대회를 잘 치렀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비트는 특히 독일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를 유치위에 긴급 수혈키로 했다고 밝혔다. 베켄바워는 스포츠계에서 IOC위원들과 폭넓은 친분을 과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비트는 "베켄바워가 최종일 프레젠테이션에도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OC는 5일 더반 플레이하우스에서 제123차 총회 개막식을 갖는다. 평창의 운명이 결정되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는 6일 힐튼호텔 1층에 마련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실시된다.
더반(남아공)=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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