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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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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고슴도치

입력
2011.07.03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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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클라크

다리가 부러진 것이 아니었어. 집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

내 손 안에서 잔뜩 긴장했다, 살아 있다는 움찔함.

사랑이 너무 깊으면 살 수가 없어,

고슴도치는 속삭였지, 척추에서 이빨 마주치는 소리를 내면서.

나는 고슴도치를 골판지 상자 안에 넣어 자신으로부터 숨겨주었지,

밤새 고슴도치는 갉아서 구멍을 내고 달아났어.

나는 너무 울어서 어머니는 내가 멈추지 않으리라 생각했지.

어머니 말씀이, 사랑이 너무 깊으면… 그래도

나는 남들만큼 자라나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지

가시와 달아나는 솜씨로.

●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애착을 느낀 사물이 있어요. 초등학교 내내 들었던 낡은 책가방을 중학생이 되어서도 버릴 수 없어 옥상 빈 장독 속에 숨겨놓았던 기억이 나요. 학교 갔다 오니 장독이 비어있네요. 할머니께서 버리셨대요. “귀신 꼬이게 그 찢어진 걸 왜 모셔 놓냐?” 나무라시는데, 엉엉 울음이 터졌습니다.

살아있는 존재에는 애착이 더 강해져요. 처음 키운 강아지, 학교 앞에서 50원 주고 사왔던 병아리, 작은 금붕어와 빨간 선인장. 자꾸만 그것들로 향하는 마음을 어찌 할 줄 몰라 너무 자주 만지고 너무 많은 먹이와 물을 주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너무 사랑한 존재들은 우리를 찌르고 달아나버립니다. 시들거나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단단한 사랑이 갑갑해 구멍을 뚫고 촘촘한 가시를 세우며 달아났던 기억이 우리에게도 있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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