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1일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올 상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판매 실적을 올린 것. 다만 업체별로 다소 희비가 엇갈렸는데, 현대ㆍ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A학점을 받았다면, 한국지엠은 B학점, 르노삼성자동차는 C학점 정도로 볼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쌍두마차격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였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전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6% 증가한 195만1,557대를 판매했다. 이는 이전 최대치인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불과 6개월 만에 갈아 치운 셈.
현대차의 이 같은 호성적은 적기에 투입된 신차 효과 덕분이다. 올 초부터 출시된 준대형 그랜저 신형 모델이 내수시장에서만 6만1,938대나 팔려 월드 베스트셀링카중 하나인 중형 쏘나타(5만206대)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가 6월까지 5개월 연속 월 1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내수 판매를 주도했다"며"벨로스터,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의 다른 신차들도 판매 실적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이에 뒤질세라 총 124만1,047대를 팔아 역시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특히 내수(8.8%) 뿐만 아니라 수출(30.3%)도 크게 늘었다. 그간 국내용으로 불렸던 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도 디자인 경영 효과로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됐기 때문. 이 중에서도 쏘나타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K5(4만981대)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K5는 계약을 하고 출고를 기다리는 대기 고객만 1만9,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기아차 모델 중 최대 판매 모델인 경차 모닝은 고공 비행 중인 기름값 덕분에 경차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비운의 메이커 쌍용차도 모처럼 만에 즐거운 소식을 접했다.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5만5,873대를 팔았다. 증가율로만 보면 업계 최고다. 올 3월 법정관리에서 풀려나 새 주인을 만나면서 쌍용차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도를 회복하자, 서서히 판매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대우' 브랜드를 떼고'쉐보레'로 바꿔 내수시장에서 재미를 톡톡히 누렸다. 국내외 판매 실적도 물론 늘었지만 내수 판매가 6만9,071대를 기록해 19.5%나 증가했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부사장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로 올해 상반기는 전년 대비 높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다소 우울한 성적을 보였다. 국내외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했다.
프레데릭 아르토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은 "일본 지진에 따른 조업 조정의 영향으로 내수용 생산이 차질을 빚었으나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8월에 출시하는 SM7 신 모델이 나오면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하반기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신차가 계속 출시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상대인 일본 브랜드들이 주춤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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