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정 최고위원의 선공에 손 대표는 '종북(從北) 진보'란 표현을 쓰면서 반박했고, 정 최고위원은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 등 쟁점 사안 때마다 불거졌던 양측의 노선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가 지난달 28일 일본 방문 중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의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설득해야 하지만 인권, 핵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밝힌 것을 문제삼았다.
정 최고위원은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햇볕정책의 취지에 수정을 가하는 변형된 오해를 줄 수 있다"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워딩으로 마치 햇볕정책이 원칙 없는 포용정책이란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 인권 및 핵 개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원칙으로 강조하는 것은 햇볕정책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손 대표는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종북진보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분명히 다르다"고 반격했다.
정 최고위원이 다시 발끈했다. 그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다. 어떻게 제 설명이 종북진보란 말이냐. 말씀을 취소해달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어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는 손 대표의 지난해 말 발언까지 들춰냈고 "최근 KBS 수신료 인상 덜컥 합의와 한ㆍEU FTA 처리 등 당 정체성에 심대한 위해를 주는 결정이 있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손 대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당의 지속적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토론은) 다음에 하시죠"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회의가 끝난 뒤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손 대표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 발언은 햇볕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뜻"이라며 포용정책이 무비판적 종북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생긴 오해, 해프닝"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장외에서도 양측의 설전은 계속됐다.
정 최고위원은 기자와 만나 "끝까지 문제 제기를 할 것이며 종북진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손 대표측은 "정 최고위원이 이념 논쟁을 부추겨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의 이날 행보와 관련, 정체성 문제를 놓고 손 대표를 몰아 부쳐 진보적인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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