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영화 '써니'가 2일 60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선다. 5월 4일 개봉해 두 달 가까이 장기 상영한 '써니'의 흥행몰이는 중년 관객들의 늦바람 관람 덕을 많이 봤다. '써니'의 성공은 20, 30대 위주였던 한국영화 제작과 관람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까지 '써니'를 찾은 관객은 591만3,24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지치지 않는 뒷심의 원천은 중년
1980년대 후반 여고시절을 보낸 40대 동창생들의 파란 많은 우정을 그린 '써니'에는 이렇다 할 특급스타가 없다. 극적인 소재로 호객 행위를 하지도 않는다. '그 때 그 시절'을 스크린으로 불러내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 30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엔 쉽지 않은 영화다. '써니'의 투자배급사 CJ E&M 영화부문이 당초 기대했던 관객 수는 최대 400만명. 개봉 즈음 영화계에선 300만명 달성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개봉 당시 별다른 경쟁작이 없었던 '써니'는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할리우드 대작 '쿵푸팬더2'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이 개봉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2,3위를 오락가락하던 '써니'는 지난 주말 6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복귀했다. 지난 주말 관객도 33만2,056명으로 이전 주말(27만1,648명)보다 6만여명 늘었다. 극장가에선 보기 드물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뒷심의 원천은 중년 관객이었다.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개봉일 예매비율이 28%에 불과했던 40대 이상 관객이 6월 27일 34%로 상승했다. 남성 관객들의 호응도 덩달아 늘었다. 개봉일 38%였던 남성 예매비율은 27일 42%로 올랐다. CJ E&M 영화부문 관계자는 "동창들과 영화를 함께 관람한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느낀 중년 남성들이 극장을 찾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20대 위주 영화시장 재편 가능성
내용부터 중년층을 겨냥하며 중년 관객의 시장 잠재력을 새삼 일깨운 '써니'의 흥행은 극장 상영 구조의 변화 가능성도 보여준다.
한국 영화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멀티플렉스 체인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면서 최신작에 민감한 20, 30대 젊은 층 위주로 급격히 재편됐다. 개봉 첫 주 세 몰이하듯 전국 극장에서 영화를 대거 선보인 뒤 흥행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퇴출되는 상영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입 소문을 듣고 늦게 극장을 찾는 중년 관객은 뒷전이었고, 완성도 높은 영화는 곧잘 사장됐다. '써니'의 장기 상영에 따른 흥행 성공은 이런 왜곡된 극장 상영 구조에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써니'의 성공은 황혼의 사랑을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164만명) 깜짝 흥행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팝 스타 콘서트장에 중년들이 몰리는 현상이나 최근의 세시봉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지금 중년층은 386세대로 문화소비 욕구가 강하다. 영화 상영 구조가 바로 잡힌다면 잠재력 높은 관객층"이라고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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