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1일 국내 법정에서 처음으로 만나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강영수) 심리로 열린 특허침해 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삼성 측은 "애플이 표준특허 4건과 기술특허 1건, 총 5건의 특허를 침해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며 "애플 홈페이지의 제품사양서와 아이패드2 제품 케이스를 보면 HSUPA 등 삼성이 보유한 표준특허를 채택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애플 측은 즉각 반박했다. 애플의 소송 대리인은 "표준특허를 채택해 제품을 생산했다고 해서 특허권 침해는 아니다. (하나의) 표준특허를 채택한 제품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또 다른 수천 가지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어 "표준특허는 업계 표준이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했다면 라이선스비 등 비용을 낸다면 법률적 책임(특허권 침해)을 지지 않는다"며 "이는 삼성이 그동안 주장해 온 논리"라고 반격했다. 삼성은 "애플은 라이선스 비용은 물론 표준특허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신경전도 치열했다. 삼성 측 소송대리인은 "우리는 소장과 준비서면 등 150쪽에 달하는 서류를 냈지만, 애플은 고작 8쪽짜리 답변서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제기한 미국 법원의 소송은 적극적으로 하면서 피신청인인 일본과 한국의 재판은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애플 측은 "삼성 측이 제출한 서류는 양만 많을 뿐 단순한 추측에 기반해 내용이 부실하다. 구체적으로 우리 제품의 어떤 기술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밝혀야 우리도 답변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자 재판부는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삼성은 특허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실증자료를 15일까지 제출하고, 애플은 이에 대한 답변서를 다음달 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재판을 끝냈다. 다음 변론기일은 8월 19일로 예정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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