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혼을 배웠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립국악원 주최로 지난달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2011 국제국악연수' 마지막날 합주회에 참석한 외국인 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전통 문화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었다.
이들은 서툰 한국어로 민요 진도아리랑을 불렀고, 단소·가야금·사물놀이·장구 등 생소하기 짝이 없는 전통악기 연주에 진땀을 흘렸다. 발음이 어색했으나 우리의 고유 음악을 이해하겠다는 노력이 엿보였으며, 장구 소리엔 흥겨움 마저 느껴졌다.
아르헨티나 미국 필리핀 중국 방글라데시 등 15개국에서 온 25명의 외국인 중에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독일에서 태어난 재독동포 2세 도로시 서(27·여)씨는 국악을 접함으로써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가야금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가야금 선율을 듣고 자랐다"며 "가야금을 통해 전공인 바이올린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악에 대한 관심은 전공으로 이어져 그는 현재 독일 마틴루터대에서 판소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서씨는 "독일에서도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언어를 몰라도 리듬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사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민요와 전통 악기에 매료돼 국악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연수생들도 적지 않았다. 홍콩 출신의 준 람(44·여)씨는 "홍콩으로 돌아가면 한국 음악 진흥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의 북브뤼셀문화센터에서 사물놀이 강사로 일하는 발리에 아모르(26)씨는 국악과 서양 음악을 접목하는 시도를 할 계획이다. 그는 "유럽의 재즈와 장구 장단을 결합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제국악연수'는 국립국악원이 국악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학자·교수· 음악가들을 초청해 매년 열고 있는 행사다. 올해엔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국악사·한국무용·정악·민속음악·창작음악 등 이론 교육을 병행했고, 남도국악원에서 강강술래와 씻김굿을 체험케 하는 등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권오성 한국예술원 회원, 신대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힐러리 성 서울대 교수 등 비중 있는 인사가 강의를 맡았다. 주재근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은 "앞으로 국제국악연수를 다양화해 국악을 소재로 한 음악, 공연 등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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