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빈스의 인생혁명/존 로빈스 지음·김은령 옮김/시공사 발행·384쪽·1만5,000원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경제적 부를 기준으로 성공과 행복을 가늠하는 과거의 잣대가 틀렸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돈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은 일.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도 그보다 더 비싼 제품을 못 가진 박탈감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존 로빈스의 인생혁명> 은 물질적 소유 대신 삶의 충만한 기쁨이 멋진 인생의 새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 존 로빈스는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업체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다. 기업의 상업 논리를 거부해 아버지와 등지고 가난한 섬 생활을 선택했던 그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돼 스스로 부를 축적했다. 그러다 금융 사기로 다시 가난을 경험하는 삶을 살았다. 존>
최고의 부와 파산을 모두 경험한 저자는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개 이 시대의 소비는 비싼 음식을 먹고 과식으로 질병에 걸려 치료비를 엄청나게 쓰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들여놓기 위해 더 큰 집을 구하는 의미 없는 소비다. 또 소비와 빚의 악순환에 사로잡혀 과로와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현대인은 시간에 쪼들리고 초조해하며 사람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물질적 소유 대신 정말 나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충만하게 채운 삶을 새롭게 부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진정한 부를 누리자는 느림의 철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돈 때문에 요동치는 삶을 직접 경험한 저자가 "파산해 남아 있는 자산은 한 푼도 건질 수 없었다.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다"는 등의 심경 고백과 함께 인생혁명을 위한 실천 방법을 적극적으로 전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특히 그가 전하는 진정한 행복의 생활 수칙들은 상당히 세밀하다. 암모니아 성분이 든 욕실 세제는 유독가스 농축으로 폐 손상은 물론 피부와 눈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라고 권한다. 대신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돈도 아끼고 건강도 지키라고 조언한다.
책을 덮을 때쯤 저자가 제안하는 덜 쓰고 더 잘 사는 법을 실천해 보고 싶어진다. 물론 오랫동안 성공의 척도로 믿어 온 부에 관한 생각을 책 한 권 읽는 것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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