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뜻밖의 선언이 나왔다. 페이스북 열풍을 확산시켰던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의 각본을 쓴 애런 소킨이 SNS을 끊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세계 페이스북 가입자가 7억명을 넘어섰으며, 트위터 가입자가 2억명에 육박하면서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이 SNS라는 한 울타리에 엮이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놀라운 일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소킨의 페이스북 탈퇴 선언을 보도하며, 이를 'SNS에 대한 피로감'이라고 표현했다. 소킨은 "SNS는 우리를 너무 즉흥적으로 만들고, 깊이가 없다. 그러나 인생은 복잡하다"며 SNS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소셜>
SNS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손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태블릿 PC의 등장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퍼지면서 SNS에 중독되는 디지털 세대들이 늘어나자 최근 미국 언론들은 SNS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SNS 대중화가 사람들을 디지털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언급하며, 주말에는 일체의 정보기기를 꺼버리는 '디지털 다이어트'에 나설 때라고 했다. 실제 SNS 때문에 인간의 생각기능, 사색, 창의력 등이 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짧은 생각과 순간의 지식으로만 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10년 후 세대들은 매우 퇴화된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디지털 우정, 새로운 인간관계의 통로로
하지만 SNS가 우리의 삶에 부정적 영향만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SNS가 이끈 긍정적 변화도 아주 많다. 무엇보다 SNS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디지털 세대들은 온종일 트위터로 생각나는 모든 것을 조잘거리고, 유튜브에서 세상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훔쳐보며, 페이스북에서는 감히 오프라인에서 만들어내지 못한 끈끈한 우애를 다진다. 이는 소통의 혁명인 것이다.
SNS는 또 인맥관리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미국의 대표 SNS가 된 페이스북의 경우 '디지털 우정(digital friendship)'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을 창조했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친구를 찾을 수 있고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일상을 UCC나 사진 등을 통해 쉽게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예전처럼 친구와의 관계를 형성하게 위해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인맥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시간을 내서 약속을 잡고 굳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지 않아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짧은 글을 남기고 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으며, 너와 나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뜻을 전할 수 있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관계형성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기업,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눈을 돌리다
SNS는 기업의 미디어 정책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뉴욕에서 '기업 소셜미디어 서밋(The Corporate Social Media Summit) 2011'이 개최되었다.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베스트바이, 델, 펩시콜라 등 유명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활용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다수 기업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기업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소기업 토요일(Small Business Saturday)'이라는 소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행사는 지역의 중소상인을 지원하면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운동이다.
소비자는 페이스북에 단골 가게 주인들을 홍보하고, 'Like' 버튼을 눌러주면 클릭당 1달러씩 적립되어 100만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게 된다. 카드 회원에게는 물건 구매시 25달러어치의 사이버머니를 제공하고 있다. 본 행사에 참여한 소상공인은 전년대비 27%의 매출증대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소비자에게는 카드 소비의 혜택을 주고 소상공인에게는 무료 광고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1석3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SNS, 이제는 디지털 웰빙의 도구로
SNS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중독과 경계를 넘나드는 양날의 칼과 같다. 그러나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SNS에 대한 중독과 집착은 우리 생활에 너무 급작스럽고도 깊숙이 파고들면서 발생한 과도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SNS에 대한 극단적 경계에서 비롯된 '아날로그 회귀 선언'은 올바른 선택이 아닌 듯 하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이어주는 SNS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시대 올바른 삶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현명한 행동으로 보인다.
최윤정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ktisdn1@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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