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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 최현수 교수…제자들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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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 최현수 교수…제자들도 해냈다

입력
2011.07.0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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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의 축복'이 한국 음악계의 앞날을 밝힌 1일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교수다. 제14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성악 남녀 1위를 휩쓴 박종민(24), 서선영(27)씨는 바로 이 콩쿠르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그의 제자다.

"21년 만에 돌아온 상이군요. 옛 일이 절로 떠오릅니다." 199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귀국길에 김포공항 입국장을 취재 열기로 달궜던 최 교수는 어떤 '운명의 힘'을 느끼는 듯 했다. "당시 저와 함께 성악 1위를 한 미국 소프라노는 둘 다 러시아의 망명 음악가 이고르 치차코프의 제자였어요.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나란히 우승해 더 감격스럽습니다." 그는 "목소리 하나 믿고 무작정 이탈리아로 갔던 나는 사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두 사람은 나보다 좋은 환경과 재능을 갖고 나의 노하우를 흡수해 갔다"고 강한 기대를 표했다.

박종민씨는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처음 성악을 시작하며 최 교수님의 90년 우승 당시 동영상을 보고 언젠가 나도 이 콩쿠르에 참가하리라 마음 먹었다"면서 "이렇게 선생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서선영씨도 "예종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공부한 것이 이후 해외 활동에서 큰 도움이 됐다"면서 "너무 일찍 외국에 나가기보다 한국에서 몸과 마음을 성숙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목소리의 극단을 각각 소유한 성악가를 제자로 두었다는 사실도 이채롭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 극장 전속 가수인 박종민씨는 유연하고 미려한 베이스('바소 칸타빌레'), 이탈리아 국립음대 박사과정의 서선영씨는 화려하고도 강렬한 소프라노('리리코 스핀토')다. 최 교수는 "박종민은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몰입력이 뛰어나며, 콘서트에서 오페라까지 두루 강한 가수"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이번 수상은 음악계의 쾌거를 넘어 국민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사건"이라며 "앞으로는 종합적 편성의 예술 정책을 세분화, 부문별 기능별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가를 위한 보호막이 되기보다 그들의 재능을 소비하려는 최근 예술산업의 행태를 지적하며 "제자들이 무리하지 말고, 영리하게, 계속 발전해 오래 살아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학교 이름을 보지 말고 스승을 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그것이 여전히 팽배한 문화사대주의를 극복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유능한 인재들이 해외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쿠르의 꽃 피아노 부문에서 아깝게 2위를 한 손열음(25)씨는 "(우승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러시아에서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부문 3위에 오른 이지혜(25)씨는 "이 대회를 통해 사람들한테 나를 많이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 큰 상을 받았으니 더 열심히 해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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