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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강자의 함정에 빠진 검찰

입력
2011.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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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럽다. 검찰의 낭패감과 당혹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정에 항의해 집단으로 사표를 흔들어댄 검찰에 지지와 격려를 보낸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누가 봐도 지나쳤다.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나. 한탄스럽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누구를 향한 집단 반발이었나. 적절한 명분도, 납득할 만한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관련 기사를 아무리 읽어 봐도 검사 수사지휘 내용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면 괜찮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검찰의 명쾌한 설명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무엇보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잘못을 범했다. 검찰은 국회가 검찰과 경찰이 합의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가 수정한 것은 월권이며 부당한 것이라 했다. 지적대로 논란거리는 될 수 있다. 법사위는 법안 체계와 형식, 자구를 심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개특위가 마련한 형소법 개정안 중 법령 귀속을 규정한 문구를 법사위가 고친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은 생길 수 있다.

국민 어리둥절케 한 검찰 반발

그러나 법사위 결정은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절충과 타협을 이룬 결과다. 논란거리는 되지만 불법은 아니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분명한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법사위 수정 의결을 받아들이되 향후 대통령령을 정하는 과정을 대비하는 것이 옳았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법무부 대변인이 논평한대로, 그것이 정치적 타협이든 심지어 거래의 결과든 일단 수용해서 국민과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경찰보다 우월하던 검찰이 경찰과 대등한 입장으로 추락하게 됐다 해도, 그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고 모욕감이 느껴졌다 해도 큰 걸음으로 제 길을 걸어가는 것이 검찰다운 자세였다.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수사지휘 내용을 정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검사 수사지휘 내용을 정할 때마다 정치 권력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 말하는 것도 그렇고, 대체 대통령령과 정치 권력의 검찰 수사 개입이 어떻게 맞닿는다는 건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토록 정치적 중립 보장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에게 책임 사퇴를 압박한 것은 또 무엇인가. 검찰총장에게 2년 임기를 보장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럼에도 국민이 보기엔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단어 하나 바뀐 것을 두고 내부에서 검찰총장에게 물러나라고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할 참모들이 집단으로 사의를 나타내는 초유의 방식으로 말이다.

검찰총장이 참모들의 집단 사의에 압박감을 느껴 사퇴를 결심했다면 집단 사의는 압력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정치적 중립이 아무 때나 편리하게 갖다 붙이는 수식이라도 되는 양 하는 것은 이율배반 아닌가. 만에 하나 집단 사의가 형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배수진이었다면 검찰을 둘러싼 정무적 상황에 대한 검찰의 판단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오만함에 도취한 패자

검찰은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집단 사의 파문은 국민들에게 검찰이 권력 분산과 견제의 필요성이 더 절실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검찰은 다 이긴 게임 후반, 경찰에 뼈아픈 동점을 허용했다. 응원하던 관중들조차 이제는 검찰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지만 관중이 보기에 검찰은 여전히 오만함에 도취한 패자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심판의 권위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검찰은 강자가 빠지기 쉬운 오만의 함정에 걸려 있다.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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