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벤 버냉키 의장이 6월22일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정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회견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6,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매입 프로그램, 2차 양적완화(QE2)의 6월말 종료를 앞두고 개최된 만큼 향후 연준의 정책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어 시장의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6월 FOMC회의에서는 최근의 경제지표 부진 등을 반영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정책금리는 제로 수준에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QE2 실시로 인한 신규 국채매입은 예정대로 6월말로 끝내되 연준이 이미 사들인 채권의 만기도래에 따라 회수되는 돈으로 국채를 다시 사들임으로써 풀어 놓은 돈의 규모를 당분간 줄이지 않기로도 했다. 이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 관심이 연준이 어떤 방식으로 풀린 돈을 거두어들일 것인가, 즉 출구전략의 방식에 모아져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커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의 경기둔화가 ▦국제유가 상승 ▦동일본 대지진 등 일시적 요인 뿐만 아니라 장기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어 2012년 경기도 밝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연준이 경기둔화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말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주택과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고 하면서 최근의 경기회복 부진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버냉키 의장이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의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두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막대한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미국 경기의 회복세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우선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초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버냉키 의장은 '상당기간'과 관련, "통화정책 조치를 취하기 전 최소 두세 차례 FOMC 회의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의 설명했다. 다음 회의가 8월, 9월과 11월에 예정되어 있으니까 금년 말까지는 지금의 정책기조가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문제는 QE2 종료 이후 금리를 내리기도 돈을 더 풀기도 어려워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 그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경제전망에 따라 출구전략을 시행하거나 또는 완화적인 정책을 추가로 쓸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면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경제도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연준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을 창의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만약 연준이 또 다른 돈 풀기(3차 양적완화ㆍQE3)에 나선다면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신흥경제국과의 환율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등 시장은 대체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통화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듯이 연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연준의 고뇌가 깊어만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비 전통적인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 온 연준의 통화정책이 앞으로 얼마나 더 변모할지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 과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유효한 묘수를 내놓아 "스스로 초래한 정책적 마비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권민수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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