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5,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배당금을 챙겨간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장을 불러 배당액을 낮추라고 주문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끄는 새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론스타, 이미 투자금 1.3배 회수
외환은행은 1일 이사회를 열어 주당 1,510원의 중간 배당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외환은행 지분 51%(3억2,904만주)를 보유한 론스타는 배당금으로 4,968억원의 현금을 챙겨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작년 연간 배당금(2,796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금액이자, 2007년 2월 챙겨간 배당금(4,167억원)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 배당금이다.
론스타가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갈 수 있게 된 것은 9,000억원 가량의 현대건설 매각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1분기 순이익은 1,986억원에 그쳤지만,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대금이 들어오면서 상반기 전체 순익은 1조3,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나금융과의 매각계약 유효기간(5월24일)이 끝나면서 론스타의 배당을 막을 수단도 사라졌다. 유효기간 내 배당을 받으려면 하나금융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지금은 양측이 계약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동의를 얻을 필요가 전혀 없다.
이로써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8년간 회수해 간 돈은 2조9,000억원을 넘는다. 이번까지 포함해 총 배당금이 1조7,000억원을 넘고, 외환은행 보유지분 일부를 팔아서 챙긴 돈도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여전히 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미 투자액(2조1,548억원)의 1.3배가 넘는 돈을 회수해 간 것이다. 앞으로도 론스타의 고배당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 하이닉스 매각이 이뤄지면 7,000억원 가량 특별이익이 생겨 또다시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갈 공산이 크다. 론스타에게 그야말로 '꽃놀이 패'를 쥐어준 셈이다.
하나은행에서 1조5,000억 대출도
론스타는 게다가 이날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하나금융의 자회사 하나은행에서 5년간 1조5,00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론스타가 배당금과 동시에 거액의 대출금을 받아가는 것은 론스타 투자자들의 외환은행 투자금에 대한 자금회수 요구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하나은행은 대출 담보로 시가 3조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담보로 받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계속 고배당을 유지하고 자산 매각 등에 나설 경우 주가가 반토막 이상이 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이번 대출은 외환은행 인수 협상과 무관하다"며 "론스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은행과 사전 협의토록 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들끓는 금융당국 책임론
외환은행 고배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이날 오전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자제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액배당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배당을 권고했다"며 "현대건설 매각이익 등 특별이익이 많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익을 모두 배당하면 외환은행 기업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는 외환은행 이사회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의 배당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체면만 잔뜩 구긴 셈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배당은 기본적으로 이사회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론스타 측이 이익을 나누길 원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을 향한 비판이 비등하다. 론스타의 배만 더 불릴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으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더 이상 배가 아파할 것도, 론스타를 욕할 것도 못 된다"며 "훗날 책임이 두려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미뤘으니 론스타로서도 더 이상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돈을 빼내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자업자득이라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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