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된 후 얼마 되지 않아 파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가 새롭게 올린 장관 중에 1974년생 여성 장관이 생태부를 맡고 있어서 놀랐었다. 우파 중의 우파인 사르코지이지만, 최소한 생태와 문화 쪽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한국식 보수와는 좀 달랐다. 금융세계화에 대해서도 견해가 좀 다른 것 같다. 올해 G20에서는 사르코지가 직접 자본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방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같은 보수로 불린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우보다는 훨씬 합리적으로 보인다. 생태는 그 자체로는 좌도 우도 아니다. 생태주의 내에는 극좌에서 극우까지, 그래서 '만 가지 색깔의 생태주의'라고 부른다.
보수도 갖고 있는 생태적 인식
정치인 오세훈을 처음 본 것은 국회에서 기후특위가 한참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한나라당 내에서 원자력 축소를 주장하던 거의 유일한 의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연으로 낭인 시절 환경운동연합의 중앙간부도 되었다. 녹색 넥타이를 매고 치루었던 첫 번째 시장 선거에서 서울시 인수위원장을 최열 대표가 맡았던 적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정치지평은 유럽과 조금 다른 게, 독특한 국민경제 구조로 인해서 토건족이라는 정치인이란 게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토지 보상금으로 권력을 가진 지방토호라는 존재가 있다. 뭐가 토건이고, 뭐가 생태인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보수 중에서 토건 보수와 탈토건 보수가 갈린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좌파가 통일 근본주의자와 근본 좌파 혹은 복지파 등으로 분화하듯이, 한국의 보수도 토건파와 비토건파로 분화하는 것 같다. 최근에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윤여준 같은 사람이나 상당히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가진 이상돈 교수는 인상적이다.
대운하에서 4대강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심장을 가른 주요 논의들이 있다. 좌우의 논의 외에도 토건이냐 생태냐, 그런 우리의 미래와 관한 논의들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 투표가 끝나고, 다른 건 몰라도 한반도 대운하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나에게 격려를 보낸 보수인사들이 꽤 된다. 한국의 우파 중에는 토건파로 분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꽤 많다. 투표하면 결국 한나라당에게 투표하겠지만, 그래도 보수에도 생태적 인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양화대교로 6,000톤짜리 배, 보통 7~8만톤 정도하는 국제 크루즈에 비하면 '새끼 크루즈'가 서울에 들어오게 할 거냐, 말 거냐, 이런 우리 미래의 모습에 대한 논쟁이 진짜 논쟁이다. 아울러 한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현 상황에서 한강이 어떤 모습이 되는 것이 좋으냐, 이게 부차적 논쟁이다. 이제 50세가 된 젊은 시장이 너무 늙은 정치인들의 토건 패러다임으로 너무 간 듯 싶다. 임시 공사 중인 ㄷ자 다리가 위험하다고 다시 돈을 들여 새롭게 ㄷ자 다리로 고치는 그 과정에 행정적 합리성이나 논리적 일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120명짜리 배가 들어오게 하면서 다시 새로운 토목 그리고 수변지구 고밀도 개발,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을 그가 벌리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 120명이 서울에서 돈을 쓰면 얼마나 쓰겠느냐, 그걸 위해서 한강의 식수원을 위험하게 하는 게 옳으냐, 그걸 빌미로 고밀도 개발을 현 시점에서 다시 추진하는 게 옳으냐, 이런 것들은 패러다임의 충돌이다.
미래의 한강 모습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국의 보수도 조금씩 패러다임이 변하는 중이다. 4대강과 함께 보수도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양화대교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건 보수의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양화대교, 그게 시대 패러다임의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보수의 양심에 생태가 탑재되는 날, 한국의 보수가 진짜 강해질 것이다.
'그대 만일 지는 해 때문에 운다면 눈물로 눈이 멀어 별들을 보지 못하리' -타고르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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