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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책&문학읽기' 어, 고양이 그림책에 '릴케'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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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책&문학읽기' 어, 고양이 그림책에 '릴케'가 있네

입력
2011.07.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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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문학읽기/김주연 지음/루덴스 발행·192쪽·1만2,000원

'그림책 평론'이라는 장르부터 낯설다. "문학평론집도 읽지 않는데 그림책 평론이라니" 하며 손부터 내저을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이 책은 그림책에서 문학을 읽어내겠다는, 아니 읽어낼 수 있다는 흔하지 않은 시도이면서 그 시도를 통해 그림책이 담고 있는 문학적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가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이며 최근 예술원 회원이 된 저자는 베스트셀러 일본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가 '문학의 개념 정리에 아주 핵심적인 책'이라고 설명한다. 100만 번을 다시 사는 고양이는 주인이 임금에서 마술사, 뱃사람, 도둑, 어린 여자아이, 할머니로 수도 없이 바뀐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 주인들을 하나같이 싫어했다. 이야기 끝에서 결국 이 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자기만의 고양이'인 도둑 고양이로 세상을 뜨게 된다.

저자는 이 그림책의 핵심 내용을 독일 시인 릴케의 '습관의 왜곡된 성실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습관에 물들어 살고 있다. 세상 일을 모두 껴안고 사는 듯 하지만 사실은 늘 같은 일을 반복하고 이야기한다.…이 세상은 원래의 세상이 아닌, 사람들이 해석한 세상이라는 말이다." 고양이가 끊임없이 죽임을 당하고 죽는 모습은 이 같은 '일상적인 습관'의 반복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문학은 일상에서 벗어나야 하고 자기만의 것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현대문학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당나귀 공주> <더벅머리 페터> 등 20여 종의 그림책에서 낭만주의, 페미니즘, 실존주의 등 다양한 문학사조를 읽어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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