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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가난의 그늘을 빛으로 바꾸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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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가난의 그늘을 빛으로 바꾸는 노래

입력
2011.07.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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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정연철 시ㆍ이우창 그림/ 문학동네 발행ㆍ초등 이상ㆍ8,500원

'하루 종일/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손수레에 폐지 담는 할머니/ 내가 감기 몸살로 결석하자/ 일도 안 나가고/ 물수건으로 얼굴 닦아 주고/ 죽 먹여 주고/ 약 먹여 주고/ 이불까지 덮어 주고는/ 곁에서 걸레로/ 조용히 방을 닦는다/ 할머니 나 먹여 살리려면/ 일 나가야 하는데/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전문)

아빠 엄마는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는가 보다. 이혼한 뒤 소식이 끊긴 건지도 알 수 없다. 일흔 넘은 할머니와 산지 벌써 몇 년째다. 할머니의 폐지 수집은 큰 돈이 안 되지만 기초생활수급 생계비에 보태야 먹고 살만하다. 몸살 나서 재미 없는 학교를 하루 쉬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보다 더 좋은 건 할머니가 죽 주고, 약 주고, 이불 덮어 주는 거다. 계속 아프고 싶을 만큼 일 안 나가고 보살펴 주는 할머니가 고맙다. 열 오르고 콧물 나고 가슴 찡하다. 행복한 손자 옆에서 굽은 자세로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방만 훔치고 있다.

동화작가 정연철씨의 첫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에서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가난한 집 아이들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리얼리즘'이다. 표제작이나, 용달차로 야채장사하는 아빠 몸에서 파스 냄새를 맡고 눈물이 핑 도는 아이를 그린 '아빠랑 보낸 하루' 같은 시들에서는 없이 살지만 그래서 더 진한 가족애가 감동적으로 전해 온다. 무채색으로만 보였던 '가난'이라는 현실이 아이들이라는 프리즘을 통하면 이렇게 고운 빛깔로 변할 수 있구나, 새삼 실감하게 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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