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검사 수사지휘의 구체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검∙경 갈등 자제를 주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경 합의안이 다소 수정됐지만 당초 합의 정신이 변질된 것은 아니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결정한 사안인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 법사위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 의결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반발한 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선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검찰이 너무 나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 총장에게 직접 건넨 말에서 그대로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하면서 영접 나온 김 총장에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부의 말이었지만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는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퇴가 확산될 경우 청와대도 그냥 좌시할 수 없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총장은 이 대통령의 말에 "알겠습니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제92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도 "우리 사회에 여러 갈등이 있다"며 "모든 이해를 달리하는 계층간 마찰이 일어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재계와 정치권의 갈등을 겨냥한 말이었지만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표 사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날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으로부터 검찰 수뇌부의 움직임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검찰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며 "검찰이 슬기롭고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이) 원만히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검찰이 굉장히 중요한 최고 엘리트 조직인데 이런 것도 일종의 변화라고 한다면 엘리트 조직답게 성숙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형사소송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사퇴 등 집단행동 자제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김황식 총리는 "검∙경은 당초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이나 경찰이나 국민의 눈에는 똑같다"며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고 억울한 사연을 외면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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