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강원랜드의 직원 유니폼 제작이 6개월이나 지연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카지노, 호텔 등에 근무하는 직원 4,200명이 사계절 입는 49종 1만5,000여벌 규모의 유니폼 사업은 예산만 50여억원. 업계에서는 '군복 다음으로 큰 규모'로 통할 정도다. 당초 강원랜드는 올 초 직원들에게 새 유니폼을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계속 지연돼 강원랜드 안팎에서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강원랜드 측이 유니폼 제작 단가를 낮추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업체와의 마찰이 지연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강원랜드와 의류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해 11월 디자인업체 A사와 7억7,000만원에 유니폼 디자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A사에 구두(口頭)로 원단 공급권도 줬다. A사는 계약 후 이탈리아에서 유니폼 제작에 쓰일 원단을 발주했지만 강원랜드 측이 "너무 비싸다. 원단을 카피할 수 있도록 샘플 원단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사는 "우리가 (특허 위반) 소송에 걸릴 수 있다"며 샘플 유니폼 납품을 미뤘고, 이에 강원랜드는 A사에 부여한 원단 공급권을 회수하고 계약 해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는 "샘플 유니폼 납품을 고의로 미뤘다"며 A사에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타 의류업체의 원단을 모방하는 것은 특허 위반이 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국내서 원단을 공급받으면 향후 A/S 등에서도 유리할 것 같아 비슷한 원단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업체를 알아보기 위해 이탈리아 원단 샘플을 요청한 것"이라며 저작권 침해 의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명색이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결국 앞뒤 따지지 않고 원단 공급권을 디자인사에 줬다가 말을 바꾸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내국인 도박 중독 논란, 최영 전 사장(구속)의 함바집 비리 연루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강원랜드가 안팎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형국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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