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작년 한해 동안 애플에 반도체 등 부품 6조1,9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의 제품구매처로는 소니에 이어 애플이 2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애플이 최대구매자가 됐다. 올 1분기에만 삼성전자는 애플을 상대로 2조1,5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소니를 압도했다. 현재 삼성전자 입장에선 애플이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지금 치열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이미 미국 한국 일본 유럽 등 사실상 전 세계 법원에서 서로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며, 이젠 수입중단과 같은 극약제재까지 요청하고 있다. 부품거래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는 물러섬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간) 애플이 통신기술표준과 이용자사용환경 등 총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소를 통해 해외에서 생산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애플의 간판상품 6개가 미국 내로 수입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ITC에 제기한 수입금지요청은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 제재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법원에 냈던 특허침해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 ITC가 만약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애플은 미국 본토에서 주력 모바일 제품들을 팔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과연 ITC가 이런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지만, 삼성전자로선 예상치 못한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의 특허권리와 고객의 이익확보라는 관점에서 애플과의 특허 관련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외의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추가 특허 소송을 준비 중이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아이폰 디자인을 삼성전자 갤럭시S가 모방했다며 특허침해소송을 냈다. 당시 업계에선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그나마 유일한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아예 싹부터 자르기 위해 특허소송을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은 더 강력한 맞소송 제기. 삼성전자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통신특허침해를 주장하며 애플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 24일 우리나라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소송을 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이 싸움은 특허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소송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고 그럼으로써 시장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품목, 더 많은 제재유형의 소송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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