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도 넘은 검찰 집단행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도 넘은 검찰 집단행동

입력
2011.06.30 17:40
0 0

대검찰청 고위 간부들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반발, 무더기 사의를 밝힌 데 대해 "정도(正道)를 벗어난 집단 행동"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의 입장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검찰 지휘부가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자 '집단 사표'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것은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음을 자인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사법개혁 논의에서 검찰 측 협상 창구였던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실무를 맡아 온 검사 3명이 29일 오전 사의를 표명할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외부 시각들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조직을 추스려야 할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 4명이 오히려 사표 대열에 동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누가 보더라도 진정성 있는 사의라기보다는 30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포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항의성 시위의 성격이 강했다. 김갑배 변호사는 "사표는 자신의 과오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인데, 국민의 봉사자라는 검찰이 압박 수단으로 사표를 쓰는 게 검사의 본분에 맞는 것인가"라며 "국민들 눈에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으로만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조속한 결단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메시지였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6월30일~7월1일)의 '호스트'인 김 총장으로선 곧바로 거취 표명을 할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김 총장은 "행사를 마친 뒤 7월 4일 입장을 표명하겠다"며 어정쩡하게 거취표명 의사를 내비쳤다. 대검의 핵심 참모들이 총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 셈이다.

수사권 조정 논란에 대응하는 검찰의 논리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다. 검찰이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는 조항이 마련됐는데도, 오직 법무부령으로만 수사지휘 사항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욕이라는 얘기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자가 볼 땐 독재를 하자는 말로 들린다"며 "대통령령으로 한다고 해서 정치권력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조항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물론, "검찰의 권력 분산을 위해서는 경찰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검찰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사기관인 경찰이 치안ㆍ정보 기능에다 독립적인 수사기능까지 확보한다면, 무분별한 내사나 사찰을 통해 검찰 대신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될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 사법개혁 공청회 때 경찰관 2,000여명이 참석해 위세를 과시하고, 심지어 "내년 총선 때 전략 투표를 하자"며 정치권을 압박했던 경찰한테서도 국민 입장에서 수사권 문제에 접근하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검찰의 적절한 수사 지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이든 법무부령이든 핵심은 사법개혁의 틀에서 옳은 방향이냐의 문제"라며 "그런데 인권 보장을 위한 수사 절차에 대한 고민은 빠진 채 기관끼리 세(勢)를 과시하는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검ㆍ경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변호사도 "잘못된 수사 구조가 생성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피의자 인권 보호나 예측 가능한 수사 절차, 수사 지휘의 타당성 등을 갖춘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진영 간사는 "장기적으로는 검찰에 집중돼 있는 권력 일부를 경찰에 넘겨야 하는데,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도 수반돼야 한다"며 "검찰이 향후 논의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줄사표를 내버리기만 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