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통과 일보직전에 다시 주저앉았다. 8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를 시도한다지만,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교섭단체간 합의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던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통과하면서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극적인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지는 않되,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하면 금융감독원이 1개월 내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대통령령에 명시토록 했다. 또 한은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 기관에 저축은행 등을 포함해 현재(139개)보다 대폭 늘리는 내용도 담았다. 한은에 단독조사권 만은 내줄 수 없다는 금융당국, 그리고 금융회사 감시 기능을 일부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한은의 이해를 절충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상임위원회 이기주의가 또 발목을 잡았다. 금감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허태열 정무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갖고 한은법 본회의 처리에 반대키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조율을 거쳐 "법안 내용을 변경하지 않고 8월 임시국회에 상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무위원들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재처리 가능성을 남겨 놓았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은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정무위의 극렬한 반대로 본회의 상정을 저지했는데, 8월이라고 사정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은 다해 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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