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장교의 길은 제게 선택이 아니라 운명입니다."
30일 경남 진주의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제126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을 마친 김동만(24) 소위의 각오다. 김 소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의 외증손자다. 김 소위를 비롯해 김구 선생의 아들, 손자, 손녀사위, 증손자가 모두 공군 장교로 근무하며 대를 이어 조국의 영공을 지키고 있다.
백범의 둘째 아들이자 김 소위의 외할아버지인 김신(88ㆍ공사2기) 전 공군참모총장은 전투기 조종사로 6ㆍ25전쟁에 참전해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등에서 활약했다. 38세에 공군참모총장에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전 총장의 사위인 김 소위의 아버지 김호연(56) 한나라당 의원은 공군 사관후보생 73기 출신이다. 김 소위의 사촌이자 백범의 증손자인 김용만(25) 소위는 지난해 사관후보생 125기로 임관해 공군 정보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김용만 소위의 아버지는 김 전 총장의 아들인 김양(58) 전 보훈처장으로 1979년 공군 중위로 전역했다.
이런 가풍 덕에 김 소위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아버지, 친척들의 영향을 받아 공군 장교의 꿈을 키웠다. 집안에서 군대 얘기가 나오면 공군 장교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기에 김 소위도 군 복무를 앞두고 다른 경우는 아예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맞서 독립운동에 앞장선 외증조할아버지의 투철한 애국정신은 김 소위가 인생을 살아가는 버팀목이었다. 김 소위는 백범일지 등 할아버지가 저술한 책을 수도 없이 읽고 방학 때면 백범을 기리는 문화유적을 답사하며 후손으로서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백범은 41년 말 임시정부의 이름으로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광복군 낙하산 부대를 창설해 국내 상륙훈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소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공군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백범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주목 받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 분이 걸어오신 길을 따라 최선을 다해 군 복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소위를 비롯해 428명의 신임 장교들은 15주의 훈련을 마치고 126기 공군 사관후보생으로 임관했다. 이들은 체력, 전투기술, 지휘능력 등 6개 분야의 임관종합평가제가 전군 최초로 적용돼 이전보다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쳤다.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초급장교로서 항상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고 강직ㆍ담대한 면모를 보여 군 기강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모든 면에서 장병들의 모범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진주=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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