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30일 합의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과세방침은 사실 4년 넘게 추진 중인 정책이다. 국세청이 2007년 업무보고에서 "과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래, 꾸준히 기획재정부 등과 과세방안을 협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과세의 근거도 있다. 2004년 상속ㆍ증여세법 상에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증여가 이뤄졌다면 형식에 관계없이 과세할 수 있다'는 과세원칙이 진작부터 적용 중이지만, 실제 징수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구체적인 과세기준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당정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 관련, "전문가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8월 중 발표될 내년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주식가치 증가분에서 내부거래 비중만큼 과세하거나 ▦일종의 프리미엄을 뜻하는 '영업권' 증가분에서 내부거래 비중만큼 과세한다는 구체적인 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앞서 검토됐거나 현재도 검토 중이지만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방안들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실제 주식가치를 얼마나 증가시켰는지부터 정확히 측정하기 쉽지 않은 탓에 정부도 고민을 해왔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열사간 부당지원 여부를 가늠할 시장가격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시장가격보다 얼마나 높아야 부당지원이 되는지도 확정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법원이 시가거래를 통한 단순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더구나 해외 유사사례조차 없어 자칫 무리하게 과세에 나섰다가 부당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준을 정해 징수에 나선다 해도 숱한 법정공방을 양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MRO)사업 제한 방침을 두고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정은 대기업이 MRO 사업을 확장하면서 최근 3년간 중소 MRO 업체들의 매출이 25%나 감소한 점을 들어 강력한 제재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생관계가 깨지면서 중소 MRO사에 더 큰 피해가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대기업 MRO사가 대부분 중소 MROㆍ제조업체와 협력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며 무리한 제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기설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 M사는 대기업 MRO사인 I사를 통한 해외납품으로 최근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직접규제보다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화 확산과 중기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당에 건의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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