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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도 너무한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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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도 너무한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입력
2011.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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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어지간하면 눈 감아도 될 만한 일이 많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가진 자일수록 무한 욕망에 시달리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대기업이 이렇게까지 천박하게 욕구 충족에 매달려서야 세상 꼴이 말이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재벌그룹이 오너 일가의 계열사에 일감을 통째로 넘기는 '몰아주기'로 조사대상 대기업에서만 10조원 가까운 이익을 안겨주었다. 몰아주기 병폐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 대기업 계열은 현대자동차나 SK그룹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빠짐없이 들어갔고, 지분 보유비율이 낮아도 사실상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등을 합치면 실제 '몰아주기'로 그저 떠넘긴 이익은 상상하기에도 벅차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치권이 재벌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간접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거래 내역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법안까지 제안하고 나선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기업이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행해온 윤리적 행위를 현행 법제로 바로잡을 수 없다면, 위헌 논란의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우선은 최소한의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경제개혁연구소의 보고서 이전에도 편법으로 2ㆍ3세에게 온전한 경영권을 넘기려는 대기업의 간지(奸智)는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현행 상속ㆍ증여세 체제에서 정상적 절차를 밟아 경영권을 넘기려다가는 거의 절반의 재산을 나라에 '빼앗기는' 위험을 피하겠다고, 당대의 꾀쟁이들을 불러모아 짜낸 온갖 꼼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2ㆍ3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합당한 이유는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작은 비판도 '없는 자들의 비뚤어진 눈길'이라고 치부하거나 그런 부정적 인식이 기업의 의욕을 좀먹어 결국 일자리 등 서민 삶의 기반을 해친다고 협박해 왔다. 떠넘기기 관행이 환기하는 배임 혐의에 짐짓 무관심했던 경영 핵심 관계자들에 덧붙여 주주들의 안이한 자세도 문제지만, 세상이 다 아는 관행에 눈감았던 입법 태만이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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