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의 제3법칙은 패션에도 존재한다. '하의실종' 패션이 점령한 도시의 거리에 서서히 밀려든 치렁치렁한 옷자락들. 이른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인 맥시드레스와 상ㆍ하의가 한 벌로 붙은 '바지원피스' 점프수트가 올 여름 패션의 반군을 자처하며 유행의 정점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기다란 티셔츠 밑으로 사라져버린 짧디 짧은 반바지가 이제 식상해졌는가.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맥시드레스와 점프수트로 우아하고 도도하게 변신할 때다. 긴 옷자락 밑으로 이따금 밀려오는 시원한 바람과 자연스럽게 군살을 가려주는 너그러운 센스까지. 너는, 여름의 고마운 친구다.
여름의 태양이 허락한 맥시드레스
휴가지의 비치드레스는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패션 아이템이다. 하지만 휴가지 한 철로만 만족할 수는 없다.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리조트룩이 바로 맥시드레스다.
휴가지와 일상생활에서 다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패턴이 심플하고 잔잔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풀나풀한 질감의 시폰 소재에 꽃무늬나 기하학적 패턴 등이 프린트된 디자인이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린다. 조금 화려하다 싶은 색상도 여름의 태양 아래서는 얼마든지 경쾌하다.
맥시드레스의 난점은 키가 작은 사람이 잘못 연출할 경우 자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몽땅해 보일 수 있다는 것. 키가 작거나 통통한 체형이라면 어깨와 가슴 위를 완전히 노출하는 튜브 스타일의 맥시드레스로 늘씬해 보이는 효과를 내는 게 좋다. 목 뒤에서 상의 끈을 묶어 어깨와 팔, 등을 모두 드러내는 홀터넥 드레스는 어깨선을 강조해 목이 길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깔끔한 디자인의 카디건이나 얇은 마 소재의 재킷을 걸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단정해 보일 수 있다.
맥시드레스는 키 큰 사람에겐 제한 없이 어울리는 옷이지만, 체격이 큰 편이라면 프린트를 고르는 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패턴이 지나치게 크거나 난한 스타일을 입었다가는 자칫 거구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
옷 자체가 드레시하므로 신발은 중성적이면서 단순한 디자인을 매치해보자. 글래디에이터 샌들이나 굽 낮은 옥스포드화, 플랫슈즈 등이 잘 어울린다.
멋 낸 듯 안낸 듯 쉬크한 저지드레스
언뜻 보면 집에서 막 입는 옷 같아 보이지만, 세련되면서도 도회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데는 저지드레스 만한 게 없다. '츄리닝' 소재인 저지(jersey)로 만들어진 드레스답게 편안함과 실용성도 뛰어나다. 몸에 감기는 소재 때문에 걸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신체 윤곽이 드러나 섹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디자인은 회색, 남색 등 무채색의 단색 드레스. 어깨나 네크라인 부분이 깊게 파여 있는 디자인은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짧은 기장의 볼레로나 마 소재의 기본 스타일 롱재킷을 코디하면 쉬크하면서도 단정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패턴으로는 촘촘한 줄무늬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내 누구에게나 무난하다. 여기에 웨지힐을 매치하면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마린룩을 연출할 수 있다.
저지드레스는 디자인 자체가 단순하므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 코데즈컴바인 김영미 차장은 "여러 개의 목걸이를 겹쳐 걸치거나 빈티지 느낌의 벨트로 포인트를 주면 쉬크룩을, 백팩과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매치하면 경쾌한 심플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죽끈의 투박한 시계, 나무나 가죽 소재의 뱅글, 실버체인 팔찌 등도 저지드레스에 매치하면 멋스럽다.
이보다 길어보일 순 없다, 점프수트
점프수트는 길이와 소재에 따라 느낌이 천양지차다. 바지 길이가 짧은 디자인은 귀엽고 경쾌한 느낌을, 긴 스타일은 여성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소재에 따라서도 데님이나 저지는 편안하고 스타일리시한 인상을 주는 반면 실크나 새틴 소재는 도회적이고 우아한 스타일을 만든다.
이중 한국 여성들이 소화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올 여름 인기몰이 중인 통 넓은 긴 스타일의 점프수트. 8등신이나 돼야 어울릴 것 같은 이 아이템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살린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점프수트와 유사한 색깔의 벨트를 매주면 시선을 끌어 올려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와이드 롱 점프수트만의 좋은 점 하나. 10㎝짜리 킬힐도, 안정적으로 몸을 지탱해주는 굽 높은 웨지힐도 바짓단 속으로 쏙 들어간다는 사실. 올 여름, 우리 모두는 길어 보일 권리가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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