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 위상에 걸맞은 투명한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0일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을 내놓았다. 취임(3월23일) 직후 100일안에 경영혁신 방안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내분 사태로 흔들렸던 신한금융의 재정비 작업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력 구조는 제도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지적도 나오고 있다.
CEO 승계시스템 구축
운영체계 개선안의 핵심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을 명확하게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회장은 "작년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의 밑바탕에는 선진화되지 못한 운영체계 전반의 취약성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개선안에 따르면 새로 선임되는 CEO는 만 67세를 넘을 수 없고, CEO가 연임하더라도 만 70세까지만 재임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권 장기화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취지다. 또 도덕성이나 전문성과 관련한 그룹 CEO의 자격 요건을 미리 정의해 공정한 CEO 선임뿐 아니라 CEO 후보를 육성하는 데 활용키로 했다. 한 회장은 "현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차기 CEO 후보를 공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아래에는 지배구조나 CEO 승계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칭)가 만들어진다. 한 회장은 "사외이사 5~7명 정도로 운영한다는 게 지금까지 생각"이라며 "CEO에겐 훌륭한 후계자를 발굴ㆍ육성해 경영권을 물려줄 책무가 있는 만큼 CEO도 위원회에 참여토록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계열의 주요 자회사 CEO들과 사업부문ㆍ기능별 임원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회의'도 설치된다. 한 회장은 "그룹 경영회의가 설치되면 개방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결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집단지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체제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제도보다는 실천 의지가 중요
금융계에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CEO의 장기 집권에 따른 내부 권력투쟁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과 부합하는 조치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복수의 CEO 후보군을 뽑아 서로 경쟁하도록 한 뒤, 가장 나은 한 사람을 후계자로 뽑는 구조가 정착된 것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문제는 결국 제도보다 실천이란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내분사태를 초래한 라응찬 전 회장의 힘이 제도에 근거한 게 아닌 것처럼, 권력관계 정리가 제도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도 "라 전 회장 등 구(舊)권력이 물러난 뒤에도 그룹 경영을 좌우한다면 공식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좋은 방안도 유명무실해지고 말 것"이라며 "한 회장이 독립적으로 제도를 실행해나갈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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