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현행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비율도 낮추기로 했다. '일하는 복지'를 위해 기초생활보호 수급자의 탈(脫)수급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공공요금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최소화하고 인상시기도 분산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30일 행정안전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버스ㆍ지하철 요금을 최대 15% 안팎 인상토록 허용해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장, 물가 목표 모두 4%대로
정부는 우선 성장률과 물가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 작년 12월 발표했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5% 내외'와 '3% 수준'. 다소 벅차더라도 정책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수치였지만, 올 들어 악화한 대내외 경제환경 탓에 결국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리고, 물가는 1%포인트 올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불과 0.1%포인트 차이지만 물가상승률을 3.9% 대신 4.0%로 잡은 것은 그만큼 3%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평균 4.3%에 이르는 물가가 연평균 3%대로 떨어지려면 하반기 국제유가 급락 등의 이변이 없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국제유가 전망도 기존 배럴당 85달러에서 105~110달러로 크게 고쳐 잡았다.
정부는 또 올해 취업자 수를 기존 28만명 증가에서 33만명으로 늘려 잡았고 내년에는 28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위기 이전보다 일자리 수가 40만개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거래 살려 전월세 안정 유도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9월부터 수도권 지역(강남3구 등 투기과열지구는 제외)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전매제한기간이 종전 1~5년에서 1~3년으로 완화된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1차관은 "전매제한에 묶여 분양권을 팔지 못했던 사람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금폭탄'으로 불리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도 현행 10~50%인 부과비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2006년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해 2곳에 이어 올 하반기 서울 영등포 등 3개 단지에 부과될 예정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지부진한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대책에 포함됐다.
전ㆍ월세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을 정식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도권 임대주택 사업자의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해 줄 방침이다. 다만, 이런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복합적인 이유로 침체에 빠진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세난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최대 목표는 물가안정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을 0.5%포인트나 낮춘 것은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할 만큼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인상요인이 16%에 달하는 전기요금은 8월 중 인상하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원료비 연동제는 물론, 겨울철 요금 인상이나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나머지 10개 중앙공공요금 가운데 인상 항목도 통행료, 우편료, 열차료 등에 국한한다는 방침이다. 시내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등 지방공공요금 역시 평균 인상폭이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인 3.46%를 넘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행안부는 장기간 동결된 버스ㆍ지하철 요금을 하반기 중 최대 15.1%(4년3개월 기준)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연간 물가상승률 평균인 3ㆍ46%에 요금동결 기간을 곱한 수치 이내로 인상을 허용한 것이다.
시내버스 요금 동결기간이 4년3개월인 서울ㆍ인천ㆍ경기ㆍ강원 등은 상한선인 15.1% 이내에서 인상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상당수 광역 지자체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현재보다 100~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일하는 복지'를 유도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근로장려금(EITC)의 지급대상과 금액을 늘리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근로 유인도 확대키로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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