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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줄리엣을 위하여

입력
2011.06.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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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보험업계 최초로 푸르덴셜생명의 손병옥 사장이 여성 CEO로 임명되었다. 앞서 3월엔 한국제지가 53년 역사상 처음으로 남기영 부공장장을 이사로 선임했고, 올 초 효성도 이금정 풍력사업단 전략기획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켜 첫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삼성전자는 5월 앞으로 10년 내로 임원의 10% 이상을 여성으로 할당한다고 발표해 여성임원할당제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이제는 다양한 업계에서 여성들이 임원으로서 맹활약을 하고 있고, '업계 최초'라는 뉴스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에 등장하는 몇몇 기업의 여성 리더들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국내의 여성인력 활용이 선진화 되어 있다고 단언하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한국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7월 현재 OECD 평균(61.3%)에 못 미치는 53.9%로 집계돼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여성이 결혼 전에 경제활동을 하다가도 아이가 생기면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부담감에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 상황이 가장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법적ㆍ제도적 장치는 필수적이다. 일례로 여성가족부는 '남녀가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조성계획'을 수립하여 남성 중심적 관행과 제도적 환경을 벗어나, 여성친화적 기업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유명 대기업과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서를 체결하고, 버스광고와 리플렛 등을 통해 지속적 홍보를 하고 있다. 또 육아나 가사 문제로 경력이 한동안 단절된 고학력 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해 2011년에는 국제물류전문가과정 등 15~20개의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교육 전문기업인 휴넷이 올해 남녀고용평등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것 역시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휴넷은 회사의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필자와 재무ㆍ회계 등을 총괄하는 이인숙 대표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렇게 남녀 대표가 파트너십으로 회사를 이끄는 자체가 남녀고용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문화의 상징이다.

정부의 정책과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에서의 실질적 기틀 마련이다. 예를 들어 휴넷은 여성 근로자가 출산과 육아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줄리엣'이라는 여성전용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직원들이 냉장고와 안마의자가 배치된 휴게실에서 편안하게 모유수유나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오마이베베' 라는 사내 육아동아리가 활발히 운영 되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이가 있는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데, 모임을 통해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저녁 식사를 하는 등의 비용은 모두 회사에서 지원한다.

여성의 인적 활용이 선진화되어야 진정한 선진경제를 이끌 수 있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사실에 동의하고 있으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시대의 요구상황을 수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무작정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이 되어 실질적인 프로그램과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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