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이유로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싼 행위는 국민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광장을 둘러싼 차벽(車壁)을 ‘헌법에 배치되는 극단적 조치’로 규정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국민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이른바 경찰의‘명박산성’쌓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헌재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은 시민 민모씨 등 9명이 “경찰이 차벽으로 서울광장을 봉쇄해 헌법에 보장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 당했다”고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위험발생을 방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경찰버스로 둘러싼 행위는 개별적 집회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일체의 집회를 금지한 데 이어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금지시킨 것으로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극단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조치는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취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고 해도 불법 집회가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한 발 나아가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명백한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경찰의 원천봉쇄 행위는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서울광장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법 집회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시민들의 통행과 문화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며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한 뒤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는 수단을 취했더라도 공공 질서는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전면적 통행제지 행위는 경찰의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동흡ㆍ박한철 재판관은 “경찰의 통행제지 행위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개별적 출입을 허용할 경우 불법집회 참석 목적을 가진 사람까지 출입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불법집회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서울광장과 광화문을 원천봉쇄하는 경찰의‘명박산성’은 헌법에 위배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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