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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포괄수가제 첫 실험서 환자 부담 7.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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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포괄수가제 첫 실험서 환자 부담 7.9% 줄었다

입력
2011.06.3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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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 걸린 A씨는 의사의 제안에 따라 증상이 나아진 후에도 1~2주간 더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갈 때마다 1만원 안팎을 내니, 병원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A씨에게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만일 독감 포괄수가가 3만원으로 정해진다면 A씨는 여러 번 병원에 가더라도 3만원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의 과도한 진료 권유 문제도 사라지게 된다. 과잉 진료가 줄어 아끼게 된 건강보험 비용은 전체 질병의 보장성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무상의료에 한발 다가가는 것이다.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중요한 건강보험개혁 방향으로 제시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4월부터 일산병원에서 실시해온 '신(新)포괄수가제'시범 사업(입원환자에게만 적용) 결과를 30일 소개했다.

신포괄수가제는 질병별로 재료비나 치료행위비가 10만원 미만인 진료들은 함께 묶어서 건강보험을 일괄 적용해 이중 20~23%만 환자가 내게 하고, CT 등 10만원이 넘는 행위비는 기존에 건보 적용이 되는 항목일 경우 20%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 포괄수가제를 완전히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혼합한 절충책이다.

2009년4월~2010년6월 시범실시 결과를 보면, 행위별수가제(진료 행위 별로 비용을 내는 것) 대비 환자부담은 7.9% 감소했으며, 건강보험의 부담은 9.5% 늘어났다. 환자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고무적이지만, 과잉진료를 막는다더니 전체 진료비가 늘어난 것은 의외의 결과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괄수가제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질병 초기 집중진료를 받을 때는 진료비용이 늘어나지만, 이후 과잉진료가 줄어 총진료비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시범실시한 일산병원이 건보공단 산하병원으로 도입 전에도 과잉 진료가 거의 없었던 병원이라는 점도 진료비 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포괄수가액을 정할 때 기존 환자별 진료비의 평균을 기준으로 했지만, 포괄수가제가 전면 도입되면 질병별 수가를 원점에서 검토해 다시 정해야 하는 점도 이번 시범실시의 한계이다. 예를 들어 시범사업에서 갑상선절제술 환자의 기본 포괄수가를 151만6,880원으로 책정했지만, 포괄수가제가 전면도입 되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복지부는 7월부터 일산병원 외에 각 지자체 소유 남원ㆍ대구ㆍ부산 의료원으로 시범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1년간 3만3,000명의 환자가 총 20억원의 진료비를 덜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9년 4월부터 일산병원에서 20개 질병환자군(전체의 16%)에게 시행했고, 지난해 7월부터 76개 질병군(전체의 53%)로 확대했다. 항암치료, 자연분만 등에도 적용했다. 일산병원에서는 향후 553개 질병군(전체의 96%) 입원환자에게 신포괄수가제가 확대된다. 뇌종양 수술 등 복잡한 질병도 포함됐다. 새롭게 추가된 3개 병원에서는 일단 76개 질병에 대해 적용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신포괄수가제 실시를 얼마나 오래 해야 진료비와 건보재정 지출 감소 효과가 생길지는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병원을 상대로 넓은 범위의 시범실시를 해봐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병원을 상대로도 2002년부터 맹장수술, 제왕절개 등 7개 환자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적용(전체 78% 병의원 참여)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단순질병들 위주여서 효과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간병원들에게도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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