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의 ‘무하마드 알리’ 조 윌프레드 송가(랭킹19위ㆍ프랑스)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위ㆍ스위스)에게 KO펀치를 날렸다.
송가는 30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근교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총상금 1,460만파운드) 남자단식 8강전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2(3-6 6-7 6-4 6-4 6-4) 역전승을 거뒀다. 송가의 윔블던 준결승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가는 경기초반 세트스코어 0-2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내리 3세트를 따내 대어를 낚았다. 송가는 9번의 브레이크포인트 찬스를 맞아 3번을 성공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송가는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경기였다. 마치 롤랑가로에서 나달을 꺾은 기분이다”라며 기뻐했다.
페더러 입장에서 보면 경기 내용에서 이겼으나 결과에서 무너진 아쉬운 한 판이었다. 실제 에이스 수는 18-17로 비슷했으나 더블폴트는 송가가 4개, 페더러는 1개를 기록했고 범실은 송가가 페더러보다 두 배(22-11)나 많이 쏟아냈다. 하지만 송가는 시속 217km에 달하는 총알서브를 퍼부어 상대를 압박한 반면 페더러의 서브속도는 202km로 평범했다.
페더러는 이날 송가에게 단순히 1승만 헌납한 게 아니다. 페더러는 이전까지 4대 그랜드슬램대회를 통틀어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가운데 승률 100%(178승 무패)를 자랑했으나 이날 송가에게 역전패함으로써 제동이 걸렸다.
다른 모든 대회까지 포함하면 페더러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역전패한 경우는 단 두 번뿐이다. 2003년 데이비스컵 준결승과 2005년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 결승에서 각각 레이튼 휴이트와(130위ㆍ호주) 다비드 날반디안(23위ㆍ아르헨티나)에게 2-3으로 패한 것이 ‘유이’하다.
페더러는 경기초반 송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체력고갈로 송가의 넘치는 힘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페더러는 “내가 경기를 못한 것이 아니라 송가의 플레이가 워낙 좋았다”며 고령으로 인한 노쇠기미를 애써 부인했다.
송가는 이로써 노박 조코비치(2위ㆍ세르비아)와 결승진출을 놓고 다툰다. 송가는 조코비치에게 역대전적 5승2패로 앞서고 있다. 지난해 호주오픈 8강에서 만나 송가가 3-2로 이겼다.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1위ㆍ스페인)과 영국의 희망 앤디 머레이(4위)도 준결승에 안착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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