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 처리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데 대해 경찰은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고위관계자들은 "입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자칫 맞대응에 나섰다가 국민에게는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반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여러 곳에서 감지 됐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의 전날 합의안이 다소 경찰에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나가는 방식은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부적절하고, 엘리트들로 구성된 검찰의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나온 결정을 두고 검찰이 보인 반응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6ㆍ20 정부합의안은 행정부가 입법부에 의견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입법부는 이 의견을 참고만 할 뿐 꼭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입법부가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정부안은 충분히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법부 내부에서 심도 있는 토론과 협의를 통해 나온 절충안인 만큼 그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들의 집단 사의 표명이 고도의 계산된 움직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법사위의 절충안도 결국 본회의를 통과해야 빛을 볼 수 있다"며 "30일 본회의에서 절충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윤외출(총경)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이날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으로 전보했다.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지 2개월도 못 돼 이동하자 경찰 안팎에서는 정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사의를 표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윤 총경은 "건강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어려운 데다 집안 사정도 있어 재충전이 필요해 전출을 요청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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