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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역전승 거뒀지만… 싸늘한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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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역전승 거뒀지만… 싸늘한 역풍

입력
2011.06.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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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통쾌한 역전승을 따냈다는 기쁨도 잠시. CJ그룹은 이내 시장의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예비입찰 때와 달리 컨소시엄에서 지주회사인 CJ가 빠지고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CJ제일제당의 주가가 급락하고 CJ GLS의 주요주주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증권사들은 "CJ제일제당이 시너지 효과도 없는 곳에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됐다"며 일제히 비판 보고서를 쏟아냈다. 우려했던 '시장의 저주'조짐이 엿보이자, CJ도 서둘러 상황진화에 나섰다.

냉담한 시장

29일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전날보다 6.4% 급락한 23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전만 해도 27만500원이었고 지난 22일에는 연중 최고점(27만6,000원)까지 찍었지만 심한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반면 CJ그룹 인수단에서 빠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CJ㈜의 주가는 오히려 0.55% 상승 마감하는 등 CJ그룹에 대해 시장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CJ제일제당 주가가 급락한 것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CJ그룹내 컨소시엄에 CJ GLS와 참가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 이달 초 예비입찰에서 CJ그룹은 지주회사인 CJ㈜가 직접 참가한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최종 컨소시엄에는 CJ제일제당과 CJ GLS만 5대 5 비율로 참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CJ그룹으로선 최대한 높은 가격을 써내기 위해 보유현금과 자산이 많은 CJ제일제당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물류사업과 큰 관련이 없는데다 인수가격도 애초 예상(1조7,000억원)보다 크게 높은 2조2,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업계에선 부정적 분석이 쏟아졌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금액이 과도하고 ▦본사업과 관련성이 크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며 ▦인수 후 유입되는 예상 지분법이익이 연간 3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이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물류비 절감 외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상장사인 CJ GLS는 3대 주주인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CJ GLS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해 왔고 신한PE 등은 이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대한통운 인수로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노조도 CJ가 과도한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그 부담이 고스란히 대한통운 전 종업원들에게 전가됐을 뿐 아니라, CJ GLS와 사업 부분이 중첩돼 대한통운 구성원들의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급해진 CJ

시장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CJ그룹은 29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와 투자자 설명회(IR)를 급하게 개최하고 "재원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관훈 CJ㈜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으로 인수가격이 오르기는 했으나 그룹의 재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승자의 저주'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보유 현금과 삼성생명 지분 유동화 및 차입을 통해, GLS는 CJ가 5,000억원 유상증자를 해 주고 5,000억원 상당의 외부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용준 CJ 재무팀장은 "제일제당은 차입 여력이 2조5,000억원에 달하며 당장 처분은 어렵더라도 김포, 영등포 등지의 부동산이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GLS는 5,000억원을 유상증자하기 때문에 이만큼 외부 차입해도 부채비율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화를 위해 오히려 추가 인력이 필요하므로 우려하는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CJ제일제당의 자금 여력이 아니라 인수 후 시너지를 문제 삼고 있어, 당분간 주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록 한화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이 당초 보유현금과 삼성생명 주식 추가 매각대금을 해외 식품기업 인수합병(M&A), 해외 바이오 공장 증설 등에 활용하여 세계적 식품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인수재원 마련은 가능하겠지만 시너지 효과가 없는 기업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바람에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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