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29일 이 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골프장 운영업체 태양시티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저축은행 수사가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점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압수수색이어서 그 배경과 향후 수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태양시티건설 본사와 경기 안성시에 있는 안성Q골프장 등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 등 각종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지난주 부당 인출 사태 수사를 끝마친 첨단범죄수사과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왜 이 시점에 중수부가 120개의 SPC 중 한 곳에 불과한 태양시티건설을 압수수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태양시티건설 대표인 정모(49)씨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증자 참여자금 100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대가 없이 골프장 자산인 회원권 50구좌(130억원 상당)를 은행에 제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지난달 초 이미 불구속 기소됐다. 정씨 개인 비리는 아닐 개연성이 높다는 말이다.
일단은 안성Q골프장이 정ㆍ관계 로비의 무대였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골프장은 부산저축은행의 실세였던 김양(59ㆍ구속기소) 부회장이나 로비스트 윤여성(56ㆍ구속기소)씨가 그룹 관계자들이나 은진수(50ㆍ구속기소)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비롯한 로비 대상자들과 함께 골프를 쳤던 곳이다. 하지만 검찰은 골프장 출입명부는 오래 전 확보해 명단에 은 전 위원 외에는 특별한 유력 인사가 없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실은 최근 "부산저축은행에서 133억여원을 불법 대출받은 태양시티건설은 사업상 부지를 아시아신탁에 담보 신탁했다"며 아시아신탁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신탁은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던 곳으로 김 전 원장이 부인 명의 지분 4만주(4억원 상당)를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태양시티건설→아시아신탁→김 전 원장'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이달 9일 김 전 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 조사한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재소환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김 전 원장 수사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삼화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이날 오후 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임 전 의원은 이 은행의 신삼길(53ㆍ구속기소) 명예회장한테서 보좌관을 통해 매달 300만원씩 1억여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나는 당시 몰랐던 일이며, 보좌관도 금융컨설팅 계약의 대가로 정당하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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