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2'가 지난 주말 480만 고지를 돌파하며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전편인 '쿵푸팬더'(467만명)를 넘어서며 이뤄낸 성과라 더욱 놀랍다는 평가다.
'궁푸팬더2'는 28일까지 486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보며 한국 극장가 애니메이션 최강자 자리에 올라섰지만 전세계 관객 반응은 조금 시큰둥한 편이다. 29일 미국 흥행집계기관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쿵푸팬더2'는 전세계에서 4억9,706만 달러를 벌어들여 '쿵푸팬더'(6억3,174만달러) 흥행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순위는 고작 37위다.
세계 1위 '토이 스토리3'는 국내 11위 불과
국내 따로 해외 따로 흥행 성적은 '쿵푸팬더2'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성적은 실사 영화와 다르게 해외 시장과 유달리 차별화 돼 있다.
전세계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은 '토이 스토리3'다. 지난해 개봉해 제작비(2억달러)의 5배에 달하는 10억6,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실사 영화 등을 포함한 역대 흥행 순위도 5위. '아바타'와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만이 '토이스토리3'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129만명이 보며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1위에 올랐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도 한국에선 맥을 못 춘 형국이다.
'쿵푸팬더2'에 밀린 국내 흥행 2위 '쿵푸팬더'의 전세계 순위도 17위에 불과하다. 국내 '넘버3'인 '슈렉2'(330만명)의 전세계 흥행 순위는 2위. 한국과 세계 흥행 성적이 그나마 비슷한 유일한 사례다.
전세계 흥행 3위인 '아이스에이지3'는 국내선 80만명만 봐 흥행 순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니모를 찾아서'(전세계 4위)와 '슈렉3'(5위)도 국내 극장가에선 명함을 못 내미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 4위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명)과 5위 '드래곤 길들이기'(256만명)는 세계 시장에서 각각 181위와 15위에 오르며 기를 펴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을 가족영화로 보는 관람 문화 영향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인 픽사와 드림웍스 중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유난히 강세를 띄는 점도 한국시장만의 특징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쿵푸팬더' 시리즈 두 편과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시리즈 세 편, '마다가스카'(164만 명) 등 7편이 흥행 10걸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만명) 두 편이 10위에 포함된 점도 세계시장과 비교하면 유별나다. 픽사 작품으론 '월E'(133만명)가 겨우 10위에 턱걸이했다.
국내와 해외 흥행 성적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영화 관계자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독특한 인식과 극장 환경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장르영화로 인식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관객은 좀 더 보편적인 영화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전 연령대, 특히 젊은 성인들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전담 배급하는 CJ E&M 영화부문 관계자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위주라 접근하기가 좀 쉽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영화라는 인식이 많아서 그런지 평일 관객 순위보다 주말 순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국내 극장문화는 성인 위주다. 그게 현실적 카타르시스를 주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인기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린이 영화로 치부되는 애니메이션이 흥행 참패하는 것도 이런 경향과 무관치 않다. 이영리 20세기폭스코리아 부장은 "'아이스에이지3'는 성인 요소가 있는데도 1,2편 때문에 어린이용으로 인식되면서 관객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드림웍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CJ E&M(옛 CJ엔터테인먼트)은 국내 1위 배급사다.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를 관계사로 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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