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징크스'다. 연합군(컨소시엄) 그것도 막강 파트너를 구해 인수합병(M&A)에 나서면 번번이 고배를 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포스코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포스코는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자체 자금력도 풍부한데다, 삼성(삼성SDS)과 손까지 잡았으니 누구 봐도 낙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CJ의 승리였고, 재계에선 "삼성과 손잡은 게 CJ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풀 베팅'을 유도하게 됐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파트너와 손잡고 M&A에 나섰다가 실패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포스코는 GS그룹과 전격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선 10대 그룹에 속하는 두 회사가 뭉친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손쉽게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컨소시엄은 깨졌고 결국 승리는 한화의 손으로 돌아갔다.
앞서 2004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매물로 나온 한보철강을 인수하기 위해 포스코는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시장에선 "국내 1,2위 철강업체가 손을 잡았으니 게임은 하나마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승리는 '100% 고용승계'라는 매력적 조건을 내건 현대차의 몫이었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때마다, 그것도 삼성 GS 동국제강 같은 막강한 파트너와 손을 잡을 때마다 항상 쓴 잔을 마신 셈이다.
포스코의 잇딴 고배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징크스 차원이 아니라 차제에 M&A전략에 문제는 없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J가 2조원 넘게 써낼 수 있었던 결정은 오로지 오너(이재현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덕분에 최소한 '승자의 저주'같은 일은 없겠지만 치열한 가격싸움이 붙는 대형M&A에선 제약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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