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7일 전국위원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어겨가며 무리한 의사결정을 내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7ㆍ4 전당대회 개최를 코앞에 두고 28일 법원으로부터 개정된 당헌의 무효 판결이 내려지자, 친이계를 중심으로 전당대회 '경선 룰'의 재조정 주장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내달 2일 전국위원회를 재소집해 당헌 개정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경선 룰 재합의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는 데다 전국위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일도 쉽지 않아 예정대로 4일에 전대가 치러질 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일단 한나라당은 무효판결 받은 전대 룰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 전국위를 소집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의결정족수(371명)를 채우는 일부터 쉽지 않다. '형식적 전대 수임기구'인 전국위는 관행적으로 의장이 위임장을 받아 안건을 처리해 왔기 때문에 '규정 대로' 전국위원들을 소집하는 일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29일 의원ㆍ당협위원장ㆍ사무처 당직자 등 전국위원 741명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국위원들의 참석 여부에 당의 사활이 걸렸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7일 전국위에서 부결된 '여론조사 30% 반영 삭제'부분이 재소집 되는 전국위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친이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헌 개정안이 효력정지 판결을 받은 만큼 전대 룰에 대한 합의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참에 여론조사 반영 규정을 삭제하자" "아예 비대위 안이나 기존 룰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당권주자 7명이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만나 이미 결정한 '선거인단 21만명+여론조사 30% 반영' 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전국위 회의에서 의결 정족수만 채운다면 경선 룰 논란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친이계는 또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이해봉 전국위의장의 사퇴도 촉구하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당은 물론이고 전국위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의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에 실패할 경우 '차선책'으로 7ㆍ4 전당대회 당일 당헌 개정안을 추인 받을 수밖에 없다. 나성린 당 비상대책위원은 "전국위에서 문제가 생겨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전대 당일 투표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새로운 법적 분쟁이 벌어질 소지도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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