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다음달 시행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앞두고,'시험 거부 학생을 무단 결석 혹은 결과(缺科) 처리하라'는 지침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지침에는'응시거부 학생을 위한 대체프로그램 마련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이 교과부 지침을 능동적으로 해석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험 거부 학생을 '기타 결석(학교장 재량에 따라 인정하는 결석)'으로 처리하면서 사실상 시험거부를 용인한 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 것이다.
29일 각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7일 16개 시도교육청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1년 학업성취도 평가 세부 시행 계획'및 공문을 하달했다. 다음달 12, 13일 시행되는 이 시험은 전국 초6, 중3, 고2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서는 "줄 세우기식 평가로 학교ㆍ지역간 과잉 경쟁 유발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교과부의 시행 계획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험 당일 학생(학부모)이 체험학습을 신청할 경우, 학교에서 승인을 불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승인 없이 체험학습에 참가해 학교에 오지 않으면 무단 결석, 학교에 왔으나 시험 응시를 거부하면 무단 결과 처리하라", "시험을 거부하는 학부모는 반드시 학교장이 따로 상담을 실시해 참여를 독려하고 그 상담 관련 기록을 보관하라"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 교과부는 학년ㆍ학급 단위 체험학습을 실시할 경우 해당 학교에 대해 경고, 교장 및 해당 교사는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사나 시민단체 등이 시험 거부 학생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사전 준비할 경우 '시험 불참 조장'행위로 간주해 초등교육법 위반으로 처리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의 경우 시험을 원하지 않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604명이었고, 서울ㆍ강원ㆍ전북교육청은 개별 학생 체험학습 선택권을 인정해 사실상 시험거부를 용인했다. 이 같은 시도교육청의 조치를 막기 위해 교과부는 "교육청이 교과부 계획 및 지침을 수정ㆍ변경 할 수 없다"고 별도 지시해 교육청의 권한을 제한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교과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곽 교육감은 "최소한의 양심적 시험 거부 가능성을 봉쇄한 교과부의 처사가 졸렬하다"며 "시대적 흐름은 창의성과 역량 중심의 학생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교과부는 뒤떨어진 일제고사식 시험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며 본질을 헛짚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무단결석처리, 대체 체험학습 금지 등은 모두 지난해에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준"이라며 "지난해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올해는 사전에 명확히 명시해 징계에 관련한 정보를 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제 고사를 소신에 따라 거부하겠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라도 학생들을 줄 세우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러고도 교과부가 수요자 중심 교육, 창의 인성 교육을 논할 자격이 있냐"고 꼬집었다.
전교조와 일부 일선 학교는 징계를 피하는 선에서 자발적으로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을 외부 시민사회단체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연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또 한 차례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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