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재벌회장 병'이라고 불린다.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 SK회장 최종현 회장,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박성용 금호 명예회장 등 적지 않은 대기업 총수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회장도 폐 부근의 림프절 암으로 치료를 받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암사망률 1위인 폐암에 걸리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병원의 수준을 믿지 못해 미국 등 외국 유명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곤 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표한 폐암 수술성적은 기존 예측을 완전히 뒤엎었다.
심영목(57·사진)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교수팀은 1,785명의 폐암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5년 생존율을 추적 조사한 결과, 3cm 미만의 초기 폐암인 1A기는 82%, 1B기 72%, 2A기 52%, 2B기 4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세계폐암학회에서 보고된 각각 73%, 58%, 46%, 36% 보다 우수한 성적이었다. 세계폐암학회에 보고된 성적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의료선진국 병원들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산출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의료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폐암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적극 활용해 조기 발견되는 환자가 많은데, 이들의 폐암 치료성적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심영목 삼성암센터장은 폐암 수술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수술기법의 발달과 방사선 치료, 항암제 발전, 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특히 "수술기법의 발달이 놀라워 지난해 이후 폐암의 근치수술 중 흉강경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했다. 기존 개흉수술에 비해 수술 후 회복시간과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암이 비록 암사망률 1위이지만 건강검진을 통한 저선량 CT 등으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적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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