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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1년째 대학테니스 정상 지킨 건국대 전영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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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1년째 대학테니스 정상 지킨 건국대 전영대 감독

입력
2011.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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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의 ‘원조’ 윔블던 대회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톱 랭커들의 혈투에 국내 테니스 팬들은 밤 잠을 잊은 채 TV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한국테니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형택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이천시에 있는 건국대 스포츠과학타운에선 ‘타도 이형택’을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다. 더 이상 이형택을 찾지 말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는 새카만 후배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대학테니스의 1번지’ 건국대 테니스부를 이끌고 있는 전영대(52) 감독은 “프랑스오픈 챔피언 중국의 리나(랭킹4위)에게 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리나의 ‘악바리 바이러스’가 한국테니스에 접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나 뿐만 아니라, 대만의 류옌순(57위),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52위) 등 아시아 테니스가 유독 우리나라만 빼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같은 동양인이 되는데 우리가 안될 까닭이 있나. 테니스는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승부가 이어진다. 하지만 서브 하나, 리턴 하나에 승패가 결정될 만큼 매우 섬세한 경기다. 악바리 근성으로 똘똘 뭉쳐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기술적인 약점은 언제든 보충할 수 있지만 멘탈은 개인의 몫이다.”

-메이저대회 본선은커녕 예선통과도 힘에 부치는 것이 한국 테니스의 현주소가 아닌가.

“제도적인 허점보다는 개인의 멘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 때는 ‘테니스가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덤벼들었다. 요즘엔 그런 끼와 근성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니어부에서 좋은 재목들이 눈에 띈다. 강구건, 신건주, 이덕희, 홍석찬, 정현 등이 그들이다.”

-테니스협회 차원에서 꿈나무 발굴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 (전 감독은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올해초 5명의 주니어를 뽑아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선진 테니스를 따라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 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 중에서 테니스가 가장 활발하게 인재양성에 앞장서고 있을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 테니스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이 코앞이다. 지난해 지역 2그룹으로 추락했는데 1그룹 복귀 가능성은 있나.

“파키스탄이 이번 상대다. 파키스탄의 복식조가 아시아 랭킹 1위다. 힘겨운 상대지만 단식에서 승부를 걸면 해볼 만 하다. 파키스탄을 꺾으면 9월에 태국과 만난다. 윤용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눈빛이 살아있어 기대가 크다.”

-21년 연속 대학테니스 5대 메이저 대회(춘계, 추계, 하계, 전국종별 선수권, 전국체전 대학부) 우승컵을 사냥하고 있는데 비결은?

“분에 넘친 말이다. 윤용일, 이형택에서부터 김동현, 안재성, 설재민 등에 이르기까지 좋은 역량을 가진 선수들과 함께 한 덕분이다. 내가 한 일이 있다면 이들의 기(氣)를 살려서 대회에 내보낸 것뿐이다.”

전 감독의 애제자인 이형택은 이에 대해 “한 두 해 우승은 운(運)으로 할 수 있지만 20년 이상 챔피언을 수성(守城)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과 선수들의 끈끈한 믿음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형택과 윤용일을 발굴한 안목으로 한국테니스의 지휘봉을 다시 맡을 생각은 없나.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또 대표팀 감독을 맡아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6강까지 진출해봤는데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나머지는 후임감독들의 몫이다.”

이천=글ㆍ사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 전영대 감독은

건국대 테니스부를 21년째 이끌고 있다. 1990년 29세의 나이로 사령탑에 오른 후 이듬해 춘계대학연맹전 단식을 시작으로 올해 초 같은 대회 단체전까지 21년째 대학부 우승컵을 쓸어담고 있다. 대학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 동안 수확한 우승컵만 87개. 매년 4개 이상을 따내야 손에 넣을 수 있는 대기록이다. 그는 내달 2일 개막하는 제65회 전국 하계대학테니스대회 7연패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건국대를 비롯해 울산대, 순천향대, 명지대 등 대학 최강자들이 총출동해 7박8일 동안 5단식ㆍ2복식으로 승부를 겨룬다. 건대 테니스부는 2005년 하계대학테니스 연맹전에서 첫 우승고개를 넘은 이후 단ㆍ복식은 몇 차례 우승컵을 내줬지만 단체전만큼은 절대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포츠는 챔피언만 기억한다”며 살인적인 연습량을 주문하기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그런 그를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부른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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