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사고 팔린 주식의 규모는 총 4,122억달러(약 445조원). 이는 전통 기업 위주의 기존 시장 대신 벤처ㆍ중소기업이 주로 거래되는 신(新)시장 기준으로는 미국 나스닥(12조6,592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규모로 본다면 코스닥시장은 세계에서도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 천적 곤충류와 각종 농산 종자를 연구 개발해온 '세실'은 지난해 녹색성장 테마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원규 회장 등 이 회사 최고경영진이 정부보조금 92억원을 가로챈 게 발각된 뒤 올 2월 시장에서 퇴출됐다. 비슷한 이유로 올 상반기에만 코스닥에서 퇴출된 회사는 30개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이 7월 1일로 개장 15돌을 맞는다. 신성장 기업의 자본조달 통로로 자리 잡았으나, 상대적으로 허술한 감시망 때문에 비리로 얼룩진 기업 퇴출이 잇따르면서 질적 위기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코스닥시장이 재도약하려면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명(明)
1996년 개장 이후에도 코스닥시장은 몇 년간 유가증권시장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98년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00만주, 거래대금 50억원에 불과했다.
도약의 발판은 외환위기 이후 불어온 국내 벤처붐과 미국 나스닥시장의 호황에서 비롯됐다. 99년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 2000년 3월10일 지수가 최고점(2,834.40)을 찍었다. 그러나 기업성과가 뒷받침되지 않고,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지수는 이내 1,000선 아래로 무너졌다. 29일 마감된 코스닥지수(476.57)도 전성기의 5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장기 침체는 상장기업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추락한 게 가장 크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대부분 코스닥 기업의 경우 내부 감시장치가 갖춰지지 않아, 최고경영자가 회사 공금을 빼돌리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성과가 없는데도 '녹색산업', '교육', '오락' 등 시류에 영합하는 업종 진출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주가만 끌어 올리려는 행태도 문제다. 예컨대 컴퓨터 시스템 자문업체였던 넥스트코드는 올해 초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지아이바이오로 사명을 바꾼 뒤 주가가 상승하자 최대주주가 지분 전량을 처분해 투자자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심사 보다 엄격해야
이에 따라 부실기업이 시장 진입을 못하도록 상장 전 사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공개(IPO) 희망 업체를 유치하다 보니, 상장 전 기업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에서 검증을 하는데 부실기업이 자꾸 상장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지적이 끊이지 않자 거래소도 지난달 소속부제를 도입하는 등 상장기업에 대한 관리 수준을 강화했다. 벤처ㆍ일반기업부로 나뉘었던 상장기업을 우량기업과 벤처기업, 중견기업, 신성장기업부로 세분화하는 한편 상습적으로 허위공시 등을 한 기업 33개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한 것.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팀장은 "소속부 지정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대한 외국인이나 기관의 불신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장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기업들이 주가 하락 등 피해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시장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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