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일부 수정한 것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이 29일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일단 이들의 사의를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사실상 대검 수뇌부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김준규 검찰총장도 한찬식 대검 대변인을 통해 "7월 4일 거취 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대검 참모 가운데 김홍일 중수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강력부장(형사부장 겸직), 정병두 공판 송무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사법개혁 논의에 검찰 측 협상창구로 참여해 온 홍만표(사진)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이날 오전 사표를 낸 것이 집단 사의표명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한 대변인은 이날 저녁 "현재까지 접수된 대검 부장들의 사표나 사의 표명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 폐막식과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 환영 리셉션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김 총장을 대신해 박 차장에게 사의 표명이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돌아오지 않고 행사장이었던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박 차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과 만나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홍 기획조정부장은 오전 8시께 검찰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건강이 많이 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 부장은 이후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단지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검찰의 사법경찰 지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던 당초 정부 합의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경찰 입장이 반영돼 대통령령으로 규정키로 바뀐 데 대해 책임을 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호철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구본선 대검 정책기획과장, 형사정책단의 부장급 연구관 등 3명과 최득신 대구지검 공판부장도 홍 부장에 이어 사의를 밝혔다.
사법개혁 논의에 관여해 왔던 실무 책임자들의 사퇴가 이어지자 대검 중견 간부 28명은 오전 11시40분부터 2시간가량 긴급 회의를 갖고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회의에서 "검사 지휘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향후 검사 지휘사항에 정치권력이 관여하는 형국이 돼 힘들게 쌓아 올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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