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국내외 법의학자를 대거 동원해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부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소아과 의사 백모(31)씨의 변호인이 다음달 21일 열릴 3차 공판의 증인으로 캐나다 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 마이클 스벤 폴라넨 박사를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맞서 검찰은 국내 법의학자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서준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 박재홍 법의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사건은 검찰 기소 전부터 ‘제2의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으로 불리며 치열한 법정 싸움이 예고됐다. 1995년 발생한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 당시 검찰과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소견과 치과의사인 남편의 살해 동기 등을 앞세워 1심에서 사형 판결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원고 측이 스위스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데려와 공방이 벌어지면서 결국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고 측은 치과의사 사건 때처럼 해외 법의학 전문가를 동원,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피고인 측 폴라넨 센터장은 동티모르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법의병리학자로 근무했고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현장에서도 일한 부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맞설 검찰 측 증인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법의학자들이다. 이윤성 교수는 법의학 경력이 25년이 넘었고 유신헌법에 반대하다 의문사한 최종길 교수 사망 원인을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당시 밝혀냈다. 서중석 부장은 20년 경력의 전문가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고인을 검안했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부검 또한 그의 손을 거쳤다.
피고인 측 이정훈 변호사는 “자문을 구했던 해외 유명 법의학자들 중 폴라넨 센터장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사인에 대해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가 아닌 ‘이상 자세에 의한 질식사’라는 견해를 피력했다”며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증언할 수도 있다’고 해 증인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 측 증인인 서 부장은 “검찰에서 정식 연락이 오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감정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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