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15년까지 초중고교 전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해 현재의 종이 교과서와 병행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스마트패드, 스마트 TV 등 디지털 기기의 보급 문제, 스마트기기 활용 학습의 효과 논란, 온라인 전송이 불가능한 교과서의 저작권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도 “정서적으로 인품도 중요하고 사회성도 필요한데 스마트교육으로 가면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교과 내용, 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메모를 할 수 있는 공책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함한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해 2014년엔 초등학교, 2015년엔 중고교에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 부담을 덜고, 학부모들은 학습지와 참고서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교육이 정착되면 정규 교과목의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돼 천재지변과 질병 등으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학생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아랍어 등 전공 교사의 부족으로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던 학생도 학습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학습뿐만 아니라 평가 방식에도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내년까지 일선 학교에 온라인 수행평가체제를 구축하고, 2015년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종이 시험이 아닌 인터넷 기반 시험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2조2,28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관련 기기의 보급 계획은 명확하지 않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학생 1인당 1개의 PC를 보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PC와 통신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18만7,000여명에게 498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이후에는 26만여명에게 734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과서의 위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부는 종이 교과서와 병행 사용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중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당장은 교실에서 수업 보조교재 개념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법적으로 교과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전국교직원노조의 손충모 부대변인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학습하는 것보다 인쇄매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알려져 있다. 학교 수업은 필기와 질의응답,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스마트 기기는 대단히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제적 여건 상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돼 있음에도 이런 정책이 발표돼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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